생활경제
[행복한 명절] 情도 선물도 무조건 본가ㆍ처가 ‘반반’
뉴스종합| 2015-09-27 10:00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 4월 결혼한 직장인 노모(30ㆍ여) 씨는 8월부터 달력만 보면 가슴이 답답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을 앞두고 불안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양가 어른들 선물은 뭘로 준비해야하는지, 친척들과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야 할지….

처음엔 부담 갖지 말라며 달래던 남편도 “그게 그렇게 걱정되냐”며 핀잔을 주었다.


노 씨는 “막상 닥쳐보니 명절을 앞두고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남편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아직 결혼 전인 친구들에게 ‘너희는 결혼 늦게하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온 가족이 모여 훈훈한 시간을 보내는 추석이지만 ‘명절’만 두 글자만 떠올려도 골치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갓 결혼식을 노 씨와 같은 새내기 며느리들은 “명절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는 걱정부터 엄습해온다. 이미 결혼 연차가 찬 며느리들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명절을 앞두고 각종 기관과 업체에서 앞다퉈 ‘명절 증후군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설이 끼어있던 올해 3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가 2월에 비해 39% 가량 증가했다는 통계도 회자된다. 정을 확인해야 하는 명절에 되레 정을 떼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는 지경이다.

지난 여름 남편과 결혼 4주년 기념여행을 다녀온 김민지(34ㆍ여) 씨는 “몇달 전부터 추석 날짜를 달력으로 확인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느꼈다”며 “이번 추석선물 고르는 일부터 어른들 용돈 액수 정하는 일, 차례 음식 장만하는 일까지 하나씩 따지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는 단지 며느리, 딸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 남자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에 골머리를 앓는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남성회원 500명에게 ‘남자의 명절 증후군’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10명 중 7명은 ‘선물, 용돈 등 경제적 부담’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즐거운 명절을 보내려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명절을 집이 아닌 여행지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점점 얼굴보기 힘들어지는 일가친척들끼리 미리 시간을 맞춰 당일치기로 나들이를 가거나 짧은 국내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한 집에 서너가족이 가득 모여서 부대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의견이다.

부부끼리 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의 이야기나 TV와 인터넷에서 본 글에 휘둘리지 않고 명절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명절에 쓸 예산계획을 짜놓고, 남편과 아내 쪽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식이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오모(33) 씨는 “부모님 댁과 처갓집에 각각 하루씩만 머무르기로 했고 양가 부모님 선물은 홍삼세트로 준비하되, 어머니들 드릴 스카프는 따로 준비했다”며 “주변에선 집안일에 지나치게 칼 같이 굴면 안 된다고 하지만 기분 좋게 명절을 보내려면 어느정도 원칙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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