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일반
오늘은 커피의 날, ‘만약 커피가 없었다면…’
HOOC| 2015-10-01 06:01
[HOOC] 10월1일은 커피의 날입니다. 국제 커피협회 회원국과 세계 26개 커피협회가 정했답니다. 커피는 9월에 수확, 10월이 신년이 되기에 10월1일을 커피의날로 정했다고 하네요.

커피의 날. 이런 질문을 하나 던져 봅니다. 만약 역사에서 커피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 (Jules Michelet)는 역사 속 커피의 등장을 ‘혁명’이라는 과감한 단어를 사용해 평가했습니다. 그는 커피가 “시대의 흐름을 바꾼 상서로운 혁명”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관습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기질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차와 음료 가운데 유독 커피만이 ‘위대한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랑스 혁명, 커피 덕 좀 봤다?

커피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것은 세계사에서 ‘★ 다섯개’ 중요도인 프랑스 혁명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은 사소로운 일이지만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는 중요한 사건이다. 역사에서 큰 일을 내기 위한 ‘소통’ 을 시민들은 커피를 매개로 활발하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의 저자는 카페의 토론문화가 프랑스의 ’살롱문화’를 촉발하며 프랑스 혁명을 잉태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유럽에서 카페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면서 소통을 통해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1686년 프랑스 파리에 처음 생긴 프로코프(Procope) 카페는 혁명적 사상을 탄생시킨 역사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프랑스 지식인들은 학문과 정치를 논하기 위해 이 카페를 찾았고, 프로코프를 시작으로 줄줄이 생겨난 주변 카페들은 프랑스 혁명의 씨앗으로 불릴만큼 원동력이 됐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 최승일 저자의 <커피컬쳐>에 따르면 1714년 런던에만 커피하우스가 500개를 넘었으며, 커피하우스는 현대 사회의 기틀을 만든 혁신적 아이디어들을 태동시켰다.

커피하우스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계급을 따지지 않고도 낯선 이들과 수다를 떨수 있었다. 이들은 검은 액체를 마시면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고민했다.


▶유럽 예술가들은 ‘커피 성애자’?

“커피가 없었다면 장폴 사르트르도 존재하지 않았을것.” (보리 비앙)

프랑스 작가이자 사상가 장폴 사르트르는 (Jean Paul Sartre) 는 “하루종일 카페에서 보냈다”고 스스로 ‘진상고객’ 을 고백할 만큼 카페에서 자신의 업적을 완성시켰다.


커피에 의지한 지식인 예술가들이 사르트르뿐일까? 상드와 쇼팽, 리스트도 카페에서 담론을 즐겼으며, 니체 모네 푸르스트 괴테 등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며 생각을 나누었다.

유럽의 살롱(Salon)은 지성과 문화예술을 교류하는 공간이었는데, 커피의 대중화는 바로 이 살롱 문화를 촉발했다.

적당한 장소가 많지 않았던 지식인 예술가들은 카페라는 공간에 쉽게 모일 수 있었고, 커피를 통해 영감을 얻으며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당시 카페는 단순한 사교장을 넘어 유럽 문화사와 지성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위인들은 커피가 없었어도 자신의 업적을 이뤄냈겠지만 그 속도와 방법은 장담할 수 없다.

위인들이 찾은 곳으로 유명한 카페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 로마의 ‘카페 그레코’, 그리고 프랑스에 ‘카페 프로코프’ 등이 있다.


▶‘근대 의식’의 귀한 파트너

왜 많은 지식인들과 정치인, 예술인들은 영감을 주는 음료로 커피를 택했을까?

유럽에 커피가 등장하면서 커피에 매료된 사람들은 알코올 소비를 줄여나갔다. 그들은 ‘취해있는’ 대신, 커피를 통해 ’깨어있는’ 상태로 전환했다.

다른 차나 술에 비해 커피는 사람을 깨어있게 만드는 ’이성적인 음료’이다. 일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는 이후 ’근대 의식에 가장 적합한 음료‘가 된다.

<커피 컬쳐>에서 최승일 저자는 ”사람들이 커피를 통해 이성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이는 모더니즘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 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성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근대 의식은 ‘깨어있게’ 만드는 커피의 효능과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커피는 일을 시켜야하는 경영자나 일을 해야하는 근로자 모두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고, 현대 산업의 상징적인 음료가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커피 제공을 회사 복지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커피는 현대 직장인에게 업무의 즐거운 파트너가 되버린지 이미 오래인 듯 하다.


‘커피가 없었다면….’ 세계사는 지금과 다른 그림과 속도를 그렸을지도 모릅니다.

커피가 주는 이로움은 중독적인 맛도 있지만,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소통의 즐거움을 줄 때 매력이 더 커지죠.

우리에게 다른 음료가 아닌 ‘커피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커피의 날 생각해 봅니다.

hoo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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