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수제에 빠진 입맛]수제 이면의 공장제… 수제마저 끌어안다
뉴스종합| 2015-10-06 09:10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식품 시장은 양극화된 경제ㆍ사회 상황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 시간적ㆍ금전적으로 넉넉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여유 계층이 수제의 인기를 만들었다면, 소비 여력이 감소한 서민층에서는 오히려 이에 반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손으로 만들던 것마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1년 8730억원에서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3년만에 두 배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15~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편식은 기존에 수제로 소비되던 외식을 공장형 제품을 통해 소비될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의 ‘피코크’는 그 대표 제품이다.

현재 간편식 시장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풀무원 등 대부분 식품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자체상품(PB)을 크게 늘리며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상당수 외식업체들 역시 간편식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시장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라면이나 레토르트 제품(3분 요리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일상식’이 아닌 ‘별식’으로만 자리잡고 있었지만, 최근 2~3년 사이 밥ㆍ국ㆍ찌개 등 한끼 식사를 제대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도시락 시장의 성장 역시 수제의 인기와는 역행하는 트렌드다. 최근 도시락 시장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매년 50% 내외의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본격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도시락의 성격도 ‘집에서 바깥으로’ 싸가는 것에서, ‘바깥에서 집으로’ 싸가는 것으로까지 변화하고 있다. 간편식과 마찬가지로 일상식을 대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다고 해서 이들 제품의 질이 수제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기존에 군소 외식업체들이 일일이 손으로 생산하던 것을 대기업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면서 제품은 계량화되고 표준화된 품질 관리를 받게 됐다. 최소한의 품질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트렌드는 ‘수제’마저 공장의 기계가 포섭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명 셰프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다든지, 지방 유명 맛집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만든 프리미엄 제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가 외식업 트렌드의 첨단에서 새로운 유행을 창출해내는 것이라면, 공장은 수제가 만들어낸 여러 유행 중에 대중적으로 소비 가능한 것을 발굴해 저렴하게 대량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며 “최근에는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간편식이나 도시락 시장 역시 프리미엄화하고 있다”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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