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관장도 소장품도 없이…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초라한 개관전
라이프| 2015-10-06 14:28
[헤럴드경제(수원)=김아미 기자] 말 많았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하 수원시립)이 8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6일 언론에 공개됐다. 수원시(시장 염태영) 소유의 팔달구 정조로 부지에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이 300억원을 들여 건축하고 수원시에 기증하는 미술관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명인 ‘아이파크’가 미술관 이름에 그대로 쓰이게 됐다. 당초 기부 조건에 걸려 있던 내용이라 변경 불가하다는 것이 미술관 측 입장이다. 이날 미술관 바깥에서는 서너 명의 지역 인사들이 “미술관은 현대아이파크 홍보관”, “공공미술관명칭, 미술관답게”, “아파트명 챙피하다” 등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펼쳤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장 전경.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적 제478호인 수원화성행궁 광장 옆에 자리를 잡은 미술관은 규모와 높이가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된 연면적 9661㎡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로 지어졌다. 전시 공간은 지상 1, 2층에, 주차장과 수장고는 지하 1층에 마련됐다. 개관전인 ‘수원 지금 우리들 Now Us : Su won’은 8일부터 대중에 무료로 공개된다.

개관에 앞서 공개된 미술관은 미술관 명칭 이외에도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관을 이틀 앞두고 아직까지 벽면 부조 등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이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수원시로 소유권 인수인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관부터 이뤄진 것. 특히 관장도 없는 상태에서 전시감독 체제로 무리하게 개관을 진행한 흔적이 역력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바깥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보통 공공미술관을 설립하는데 7~8년에 소요되는데 반해 수원시립은 첫 페이퍼 준비작업부터 개관까지 2년 반이 걸렸다. 미술관 설립에 필요한 연구 용역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장을 공모제로 할 건지 임명제로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다.

전승보 전시감독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었다. 법적, 행정적 절차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문화적 요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차차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 전 감독은 “아직까지 관장에 대한 예우(직책, 연봉 등), 조직원 구성 문제 등을 정한 바가 없다”면서 “향후 미술관은 시(市)의 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개관식이 끝난 이후 조직 차원에서 차차 고려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역시 개관전 치고 임팩트가 부족했다. 미술관은 수원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 하에 개관전을 1960년대 이후 수원 지역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한 작가들로 구성했다. 김학두, 이길범 등 지역 작가 114명이 참여해 400여점의 작품을 내놨다. 대부분 평면 회화 위주다. 지역 작가전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중량급 작가들도 없고 그렇다고 실험적인 작품들도 눈에 띄지 않아 초라해 보였다.

게다가 많은 평면 작품들을 빼곡하게 나열해 놓아 개별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 특히 미술관이 개관을 기념해 전시장 가벽에 100여개의 회화 작품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합창의 벽’은 지극히 산만해 보였다.

미술관측은 “개관전은 지역 작가들의 요청을 수렴했다. 앞으로도 1년에 1회 정도는 꾸준히 지역 작가전을 열 예정”이라면서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향후 명화 위주의 블럭버스터전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술관 측에 따르면 소장품 매입 비용 등 1년에 30~40억원 규모의 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전시관련 예산이 8억원 남짓이다. 소장품 하나 없이 출발한 공공미술관이 향후 어떤 콘텐츠로 하드웨어를 채울지가 과제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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