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세상속으로-신율] 권력투쟁의 또 다른 이름 ‘공천 룰 전쟁’
뉴스종합| 2015-10-07 11:00
정치란 무엇일까? 이런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혹여나 우리 국민이 요즘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선과 악, 혹은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정치란 본래부터 권력을 둘러싼 현상이다. 그리고 이 권력이란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판단될 수 없는 존재다. 즉, 권력을 누가 휘두르느냐에 따라 선하거나 악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것 역시 권력을 둘러싼 일종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야의 대립, 그리고 여당과 청와대의 갈등, 야당 내의 파워게임 모두가 선과 악의 충돌이 아닌, 권력 쟁취를 위한 갈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먼저 여당과 청와대의 갈등을 보자. 공천을 둘러싼 당청 간 갈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래권력’과 현상타파를 원하는 ‘현재권력’ 간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래권력이 되고자 하는 김무성 대표 측은 비박이 우세한 현재 당내 권력구도를 유지해 대권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고, 청와대와 친박은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들의 숫자를 차기 총선에서 늘려 정권 레임덕을 늦추고 임기 말까지 원하는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추천권이든 전략공천이든 간에 이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것 모두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야당 내에서도 존재한다. 야당이 말하는 안심번호제를 통한 국민공천이라는 것도 권력 게임의 명분이라는 뜻이다. 주류를 차지한 현 상황을 20대 국회에서도 유지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친노 문재인 대표 측과 이런 문 대표 측의 의도에 본인들이 희생될 것을 두려워해 반발하는 비노 측의 갈등이 현재 상황이다.

물론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고, 얼핏 이를 들으면 정치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라는 현 추세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순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천은 본래 국민의 몫이 아니라 정당의 몫이고,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이런 정당의 공천을 심판하는 게 올바른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정당의 공천마저 참여해 버린다면 당원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렇게 되면 당원이 당비를 내며 자신이 속한 당을 위해 열심히 활동할 이유도 사라질 수 있다.

현재 당원이란 존재도 부분적으로 조직화와 무관하지 않지만, 국민 참여 경선 역시 조직화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투표율만 보더라도 과연 공천 과정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참여할 지 의문이다. 총선 투표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각 정당의 공천 여론조사나 오픈프라이머리가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지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국민참여 공천을 실시하면 인지도와 조직력이 우세한 현역 의원들의 재공천 확률만 높아지게 생겼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존재한다.

물론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주장에는 차이도 있다. 바로 전략공천 여부다.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안 하겠다고 하는 반면, 문 대표는 부분적으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이는 당내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누구인가에 의해 비롯된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당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전략공천으로 친박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을 미리 막자는 것이고, 문 대표는 본인이 당의 ‘주인’이기 때문에 전략공천에 찬성할 수 있다.

이렇듯 공천을 둘러싼 게임은 명분을 무엇을 내세우든 권력 투쟁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누가 옳으니 그르니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에게 유리하게끔 정치권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만을 생각하는 게 옳은 것이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