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女, 그 마트에 가니 쇼핑이 즐겁더라~
뉴스종합| 2015-10-07 11:44
Boy-남편·Baby-아이·Beast-애완동물
유통업계 ‘3B 잡기’로 여성고객들 유혹
키덜트 등 전용매장·편의시설 대거 강화
가족단위 쇼핑객 끌어들이며 매출 ‘쑥쑥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워킹맘 김다연(36) 씨는 얼마 전부터 가족 단위 쇼핑을 할 때는 이마트타운을 찾는 일이 늘었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이마트 일산점이 있지만 구태여 차를 몰고 먼 곳까지 가는 이유는 남편 때문이다. 함께 쇼핑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남편은 이마트타운 내 가전 전문 매장 일렉트로마트에만 가면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김 씨는 “남편을 일렉트로마트에 맡겨 놓으면 쇼핑 시간이 좀 길어져도 남편의 투정을 들을 일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3B(BoyㆍBabyㆍBeast)’를 위한 매장 및 편의시설을 강화하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타운‘ 몰리스펫샵’(왼쪽)과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키덜트 편집숍‘ 볼케이노’

기존에 여성들은 쇼핑에 나서려면 세가지 걸림돌과 맞서야 했다. 쇼핑을 싫어하는 남편(Boy)을 달래야 했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뛰노는 아이(Baby)를 타일러야 했으며, 집에 홀로 남겨져 짖고 있을 애완동물(Beast)에 마음 쓰느라 쇼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이 ‘3B(BoyㆍBabyㆍBeast)’를 위한 매장 및 편의시설을 강화하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남자는 영원한 소년… ‘탁남소’가 된 매장=남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으로는 키덜트(Kid+Adult) 마케팅 강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전략적으로 키덜트 매장을 늘리며 탁아소가 아닌 ‘탁남소(託男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이마트타운은 드론, 피규어, 3D프린터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장난감이 가득한 일렉트로마트를 열어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고,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카페와 캐릭터 판매점을 혼합한 ‘라인프렌즈 카페&숍’ㆍ‘카카오프렌즈숍’과 키덜트 편집숍 ‘볼케이노’ 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구로점과 잠실점에 키덜트 전문매장 ‘키덜트매니아’를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었던 마트에 남성과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생기면서 여성 고객들이 장을 보는 동안 아빠와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마트가 온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에 들어선 남성이발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6월 소공동 본점에 개장한 ‘클럽모나코 맨즈샵’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선 정통 바버샵 ‘마제스티’가 대표 사례다.

▶‘노키즈존’ 대신 ‘키즈존’… 애완견 놀이공간까지=어린 아이가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를 중심으로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만들어질 정도로 자녀 동반 외출이 쉽지 않은 사정을 배려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어린이책미술관’, ‘패밀리가든’, ‘키즈암벽체험존’, ‘판타캣 키즈카페’ 등으로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어린이 편의시설을 만들었고, 수유방 역시 엄마ㆍ아기와 더불어 아빠까지 가족 단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어린이 전용 놀이 시설인 ‘타요 키즈 카페’나 ‘플레이타임’으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맡아줄 수 있는 시설 또한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마트타운은 입구 근처에 애완동물 전문매장 ‘몰리스펫샵’을 배치해 쇼핑 전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아지를 운동시킬 수 있는 트랙과 운동기구, 고양이 캣타워 등 반려동물 전문 운동시설인 ‘독 런’도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의 ‘펫샵’이나 홈플러스의 ‘아이러브펫’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든 유통업체의 숙제”라며 “편의시설 증대로 고객의 체류 시간이 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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