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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레지던츠컵, 10만갤러리 감탄케한 ‘아시아의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2015-10-12 09:05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샷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는 골프축제에 10만 갤러리와 10억 시청자가 열광한 일주일이었다.

사상 최초로 아시아인 한국 인천의 송도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치러진 2015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항전은 ‘아시아의 드라마’라 해도 무방할 만큼 극적이었다. 세계최고의 선수 24명이 출전해 이틀간의 연습라운드와 4일간의 숨막히는 명승부를 펼친 이번 대회는 웬만한 메이저대회나,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유럽의 대항전 라이더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과연 한국에서 흥행이 될까? 미국의 전력이 한수 위인데 너무 싱거운 승부가 되는건 아닐까?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연일 코스에는 2만여명의 갤러리가 모여들었고, 첫날 미국의 완승에 자극을 받은 인터내셔널팀은 나머지 사흘간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부를 안개속으로 몰아넣었다.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완벽한 코스는 선수들이 최고의 샷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었다. 골프팬들을 즐겁게 했던 2015 프레지던츠컵을 돌아본다. 

[사진=게티이미지]

치열한 수싸움, 조편성 발표=단순히 출전순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나오면 누구를 상대케하고, 어떤 선수는 승점을 준다는 생각으로 피해가고…. 양팀 단장들이 경기 전 발표하는 조 편성은 소리없는 전쟁이다. 어떤 장기말을 쓸지 결정하는 체스고수들의 수싸움이다. 첫날 포섬게임 조편성 당시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배상문을 쉬게했고, 선수들의 스타일 위주로 조를 짰다.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졌다는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았고, 이는 커뮤니케이션문제와 첫 출전하는 선수들의 부담감을 불러왔다. 결국 미국에 완패했다. 하지만 이후 국가별로, 또 편한 동료 위주로 조를 바꾸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첫날 승리에 취한 듯 조편성에 많은 고심을 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지막까지 식은 땀을 흘려야했다.

랭킹은 랭킹일뿐, ‘미치는 선수’가 에이스=양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가 3승2패, 2위 제이슨 데이가 1무4패였다. 반면 단장추천으로 어렵게 출전한 필 미켈슨이 3승1무, 배상문이 2승1무1패로 선전했다. 랭킹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이런 대항전의 묘미다. 이번 대회 MVP는 남아공의 브랜던 그레이스와 루이 우스튀젠이라 할 만하다. 둘은 함께 나선 매치에서 4전승을 거뒀고, 그레이스는 싱글매치플레이까지 승리하며 통산 5번째로 5전승으로 승점 5점을 거둔 선수가 됐다. 우스튀젠도 4승1무를 기록하며 무패를 기록해 인터내셔널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미국의 재크 존슨도 미켈슨과 호흡을 주로 맞추면서 3승1무로 미국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반면 데이는 자신과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고,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팀이 1점차로 패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세계랭킹 5위 리키 파울러도 1무3패로 ‘차세대 영건’의 이미지를 구겼다. 

[사진=게티이미지]

어떻게 저런 샷을, ‘PGA 환상샷 퍼레이드’=티샷을 320야드씩 날리고, 230~250야드거리에서 아이언으로 핀에 척척 붙이는 PGA 톱랭커들의 샷은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켈슨은 140야드 가량 되는 페어웨이 벙커샷을 그대로 홀컵에 집어넣었고, 배상문도 포볼게임 18번홀에서 웨지로 환상적인 내리막 버디를 낚아 귀중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버바 왓슨은 심한 오르막 그린을 앞에 두고 턱에 맞춰 스피드를 떨어뜨린 뒤 핀에 붙이는 묘기에 가까운 샷을 연출했다. 우스튀젠은 다리에 경련이 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적인 이글을 기록하면서 뒤진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어냈다.

흥행도, 진행도 수준급, 우려 잠재운 아시아 첫 대회=최경주 인터내셔널팀 수석 부단장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시설이나, 갤러리의 호응, 숙소, 음식 등 모든 면에서 선수들이 만족해했으나 나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회가 유치될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PGA투어에서 활약하던 최경주는 최근 투어에서 성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한국골프의 상징이다. 사실상 대회의 호스트나 다름없는 입장이었다. 대회의 성적에 신경쓰는 부단장이면서, 한국골프문화가 프레지던츠컵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지도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다. 2년전부터 진행된 코스변경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현지의 언론들도 한국에 있는 코스같지 않다고 할만큼 이국적이면서도 코스상태도 훌륭했다. 심정적으로 배상문 등이 속한 인터내셔널팀을 응원하면서도 미국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을때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갤러리의 호응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연습라운드때나 이따금씩 사진촬영이나 소음문제가 선수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대회의 성공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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