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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끄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객석서 듣기만 하던 방청객...자신들의 이야기 하며 공감
엔터테인먼트| 2015-10-13 11:00
TV 밖 시청자, 즉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세운 프로그램은 나날이 늘고 있지만, 제한된 방송시간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듣는 프로그램’을 자처해 애초의 의도를 잘 살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다.

보도국 제작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매회 연예인이 특별출연하고 고정 게스트로 최진기 오마이스쿨 대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돌아가며 등장한다. 정작 이 무대의 주인공은 방송에선 소외됐던 ‘방청객’이다. 평균 400명에 달하는 방청객은 기존의 TV 프로그램에서와는 달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매회 정해진 주제에 맞게 방청 신청을 하고 모인 자리에서 MC를 맡고 있는 김제동은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연출을 맡은 이민수 PD는 ‘톡투유’에 대해 “듣는 프로그램, 무대가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배우 임수정, 조재현, 가수 김원준, 개그우먼 안영미 등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할지라도 이 PD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매회 주제에 맞는 사람들을 섭외하지만 엄청난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진행되는 4시간 가량의 녹화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시청자, 즉 평범한 일반인이다. 프로그램은 여기에서 독특한 방향성이 생겼다. 이민수 PD는 “‘톡투유’에는 세 가지가 없다”고 말했다. “코칭, 멘토, 무턱내고 던지는 응원”이다. 보도국 제작에, 다큐 PD가 만나니 예능 프로그램이 다루기 힘든 포괄적인 주제(폭력, 선택, 공포, 스트레스, 일탈)를 던진다. 고정 게스트로 자리한 최진기 강사는 이를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정재승 교수는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송길영 부사장은 통계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방청객의 고민을 분석한다.

이민수 PD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인간이라는 자연과학적인 존재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갈 때 그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고민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으로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나 생각의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 프로그램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이 과정을 통해 결국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한다. 이 PD는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함께 나누고 싶어하지만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1%다. 그 1%의 목소리가 90%가 동조하고 9%가 따라간다”며 “주류의 목소리가 거세진 사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목소리가 작아 말해도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끌어낸다”고 말했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드라마와 예능을 아울러 나타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정점에 있던 콘텐츠가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김제동의 톡투유’의 경우 토크쇼로 주목받는 스타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방송 콘텐츠로서도 유의미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TV콘텐츠는 주인공 한두명의 성장 스토리가 아닌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으로 트렌드가 변화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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