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사람 - ‘화장품韓流’ 선도…에이블씨엔씨 정필회 상품기획팀장] “화장품 품질이 바로 제 자존심이죠”
뉴스종합| 2015-10-14 11:19
기획 단계부터 니즈·시즈 함께 고려
차기작은 환경서 피부보호 ‘안티폴루션’
후배들 고정관념 버리고 통찰력 가져야


정필회(47·사진) 에이블씨엔씨 상품기획팀장(실장)의 왼쪽 손등은 주름도 없고 피부가 아주 곱다. 오른손잡이 특성상 오른손으로 왼손등에 하루에도 수십번 화장품을 바르고 테스트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 그의 오랜 경력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손등인 셈이다. 


“상품을 기획해서 내놓는 일은 자식을 내놓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사람과 달리 상품 콘셉트부터 이 놈은 운동선수, 이 놈은 공부를 시키고 이런 기획을 하는데 소비자들에게 이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때 기분이 좋죠.”

타 화장품 회사의 연구원으로 출발한 정 팀장은 상품기획 쪽 일을 하던 중 2004년 에이블씨엔씨에 합류했다. 미샤의 전성기를 이끈 비비크림과 일명 ‘보라빛앰플’, ‘더퍼스트트리트먼트 에센스’ 등이 모두 정 팀장 작품이다. 이번에 그가 자신있게 내놓은 상품은 프리미엄 한방 라인 ‘미사(美思) 초(超)공진’이다.

정 팀장은 “한국 화장품은 결국 한방이 가장 대표적 브랜드이자 강점이 될 것”이라며 “브랜드숍 중에서는 미샤가 미사, 금설 등 한방제품의 경쟁력이 있고 적극적인 기능성 브랜드로 인식돼 있어, 한방이 잘 맞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초공진은 ‘영안고’ 같은 영양 크림이 한병에 6만원으로 브랜드숍 제품 치고는 가격대가 높다.

“저는 소비자는 물론 같은 업계 전문가들의 눈이 제일 무섭습니다. 딱 보면 가격만 뻥튀기한 건지 아닌지 아는데, 남들한테 자존심 상하기 싫습니다. 그만큼 저희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또 제품력이 있으면 고객들도 충분히 수용하구요.”

상품을 기획할 때 연구원 출신으로서 그의 강점은 니즈(Needs)와 시즈(Seeds)를 함께 보는 것이다. 연구소에서 어떤 것을 개발하는지 트렌드를 보고, 이를 어떻게 매칭을 시킬까 고민해 소비자 니즈와 맞는 상품을 찾아낸다. 자체 연구소가 없는 에이블씨엔씨는 다양한 곳의 제품을 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두 안된다고 하는 제품도 다른 각도로 보면 성공할 수 있는 포인트가 보인다는 것.

“비비크림을 예로 들자면 원래 정의는 블레미쉬 밤(Blemish Balm)으로 기초화장품이고 커버력이 있으면 안되는 상품이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비비크림을 이미 ‘쌩얼화장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메이크업 제품처럼 비비크림 최초로 색깔별 호수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통찰력을 가져야한다는 것은 그가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 연구원 시절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90년대 말 헤어왁스(Wax)가 뜨기 시작했는데 영업 쪽에서 젤리왁스, 포밍왁스를 만들어달래요. 저는 왁스는 왁스고 젤은 젤이지 무슨 왁스젤리냐고 했죠. 하지만 고객들에게는 벌써 무스는 구세대 상품, 왁스는 신세대 스타일링 제품으로 받아들여져 있더라구요.(웃음) 제가 왁스라는 언어에만 갇혀있었던 거죠.”

그가 화장품의 다음 단계로 눈여겨보는 분야는 각종 유해환경에 대처하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제품이다. 정 팀장은 “최근 미백 화장품 시장이 지고, 제대로 막자는 자외선 차단제 시장이 커진 것을 보라”며 “나중에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환경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