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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살 114, 안내멘트 들으면 시대가 보인다
뉴스종합| 2015-10-22 10:16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네~” 1935년부터 1970년까지 114에 전화를 걸면 들을 수 있는 맨트였다. 교환원이 직접 잭을 꽂아 연결하는 수동전화 시절, 국가 기관에서 제공하는 전화 서비스는 사무적이고 무미건조했다.

전화번호를 모를 때, 때로는 고장상담 창구로, 심지어 하소연 장소로까지 이용되고 있는 114 서비스가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했다. 1935년 10월 100번으로 시작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는 이제 자동화 모습을 갖추며 80년 역사의 ‘국민 대표 서비스’로 성장했다. 


80년 역사의 114의 안내 멘트도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며 발전해왔다. 초창기 무미건조 했던 “네~”라는 말이, 먹고살기 각박하던 어려운 시절 ‘친절 서비스’보다는 ‘빨리 연결’이 더 중요한 사회상을 반영했다면, 1980년 “ㅇㅇ호 입니다, 안내입니다”라는 멘트는 조금 먹고 살만해진 자동화 초창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교환원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다이얼을 눌러 전화를 거는 DDD가 등장한 1980년, 114 안내원들도 자신의 직함을 먼저 밝히는 서비스의 진화를 시작한 것이다.


1990년 “네 네~”는 빠른 사회 발전과 이에 따라 달라진 신속한 서비스의 모습을 담았다. 단 1초도 안걸리는 “네 네~”라는 첫 응답은 신속한 고객 응대를 위한 것이였다. 또 1995년에는 처음으로 114 남자 상담사 채용이 이루어 지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맨트가 있었다. 경제위기 속 가장 무난한 인사말로 경쾌함을 주는 솔음으로 변경한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는 안내 멘트도 디지털로 변했다. 상담사의 육성 인사 멘트에서 상담품질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녹음파일 대체했다. 이후 2006년 등장한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제주도 에서 시작한 인사말로, 상담 고객들의 높은 호응에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 멘트는 2009년 “반갑습니다 고객님”으로 변한다. 기존 “사랑합니다”가 특정 종교를 전파시킨다는 민원 등살에 못이겨 내부 공모대상 멘트로 교체했다. 이후 2011년 고객반응이 가장 좋았던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돌아갔지만, 경박스럽다는 일부 고령 고객들의 불만과, 때로는 “진짜 사랑하냐”고 되묻는 진상 취객 고객의 성희롱성 발언이 계속되면서 2012년부터 지금의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변했다. 때로는 상황에 따라 신속한 응대가 필요할 경우 “네 고객님”으로 줄여 응대하기도 한다.

국가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는 별도의 ‘이벤트 멘트’가 쓰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첫인사로 “114가 대한민국의 16강(8강,4강)을 응원합니다“가 사용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에는 “114도 한국팀을 응원 합니다”, 2010년 9월 추석 전후로는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가 흘러나왔다. 114 80주년이 있는 올해 10월 하순에는 안내대기멘트로 “고객과 함께한 80년,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가 사용될 예정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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