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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시련 딛고 失地회복’ M&A로 속도내는 정몽원 회장]
뉴스종합| 2015-10-22 11:26
1997년 1월 한라그룹 2대 수장에 정몽원 회장이 취임한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 창업주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 당시 재계순위 12위로, 10위 진입을 넘보던 때였다. 이런 한라그룹을 아버지 정 명예회장이 장남을 제치고 차남에게 물려줄 정도로 정 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불어닥친 외환위기 여파에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다.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난으로, 취임하던 해 12월 한라그룹은 부도를 낸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버렸다. 한라건설(현 한라)만 남겨놓고 모두 매각한다. 계열사들에게 각자도생의 길을 열어줬다.

정 회장은 “그룹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고 빈 마음으로 전력투구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강한 믿음과 의지 그리고 강한 용기로 1980년대 그룹 재기의 신화를 일궈냅시다”고 직원들은 다독인다. 이듬해 한라그룹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고삐를 죈다.


10년이 흐른 2008년. 정 회장에게 인생 최고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는 최근 열린 신입사원과 토크 콘서트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꼽아달라’는 직원들의 질문에 “2000년대 초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2008년 (자동차부품회사) 만도를 다시 찾아왔을 때”라고 기억했다. 만도는 한라그룹의 모체이자 그룹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

정 회장은 과거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만이 옳다고 여긴 나머지,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실기한 적도 있었다. 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어려움을 자초했다.”

이런 시련은 한라그룹에게 큰 밑거름이 됐다. 정 회장은 이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한라그룹은 지난 7월 1일을 기점으로 그 이전을 ‘그룹의 재건과 도약’, 그 이후를 ‘지주회사 체제의 시작과 영속기업 기반 구축’의 시기로 정했다. 중심에는 인수ㆍ합병(M&A)이 자리잡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한라홀딩스의 미래전략실 산하에 M&A팀을 신설했다. M&A 시장에서 쓴 잔을 들이킨 정 회장은 올해부터 실지(失地) 회복을 통한 그룹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바른 선택은 미래를 보는 혜안과 통찰력으로 대내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의미하는 것이며, 집중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역량을 모으는 실천이다.” 정 회장의 실지 회복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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