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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급'이 다른 억만장자 소비
뉴스종합| 2015-10-23 11:07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천예선ㆍ김현일 기자]90조원 vs 11조원.

세계 최대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이다. 무려 8배 차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소비패턴도 8배 차이가 날까?

일반인들에게 10억, 100억, 1000억, 1조원을 물었다. 1000억원이 넘어가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재산 50억원(거주지 제외) 이상이면 생활수준이 비슷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부자라도 하루 3끼 이상 식사를 할 수 없고, 초호화 명품이라도 50억원 자산가라면 큰 부담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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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전세계 부호 전문사이트 셀러브리티넷워스닷컴(이하 넷워스닷컴)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소비패턴은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구매력이나 영향력의 차이로, 부자들간에도 레벨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돈 많은 부자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넷워스닷컴은 부호들의 자산을 5단계로 구분해 각 구간별 소비성향을 분석했다. 미국부호들이 주로 분석의 대상이었지만, 이는 세계 각국의 부호들에게도 적용된다. 슈퍼리치들의 등장, ITㆍ교통수단의 발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 가능해지면서 세계의 부호들의 생활과 가치관 등이 점점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1단계 1000만~3000만달러(113억~339억원)

100억원! 넷워스닷컴이 분류한 부의 첫번째 기준이다. 100억대 자산가에게 거주공간은 4~5성급 호텔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룻밤 2000달러(226만원)짜리 스위트룸도 자연스럽다. 비행기 1등석과 최고급 헬스케어는 기본이다.
그러나 100억원의 재산을 가졌다고 해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는 없다. 1단계 최고 수준인 340억원 가량의 재산이 없다면 여전히 모든 결정에서 신중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1단계 부유층을 ‘최고 순자산가’로 분류하지 않는다.

▶2단계 3000만~1억달러(339억~1131억원)

개인 전용기는 2단계 자산가라면 살 수 있다. 5성급 호텔에 거주할 수 있고, 세계 곳곳에 별장을 둘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미국 로키산맥 유명 리조트 ‘아스펜’ 스키전용 빌라에 머물고, 포뮬러1 자동차 경주 ‘그랑프리’ 시즌에는 모나코에, 칸 영화제 때는 남부 프랑스에 머물 수도 있다. 렌트비용은 5000~2만달러선(565만~2260만원)이다. 


대기업을 경영하거나 수익을 쥐락펴락하는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상원의원, 지역 리더들과 교류하고 지구촌 대도시를 제외한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8000만달러(904억원) 자산가라면 미국 부촌인 베버리힐스에서 명함을 내밀수 있고 타고 싶은 차는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친해지려는 사람도 서서히 생기기 시작한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스타일로 여행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이 ‘부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상당량 살 수 있다.

3단계 1억~10억달러(1131억~1조1310억원)

10억달러를 보유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규모지만 생활은 2억~9억달러를 보유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개인 전용기와 집사를 둔 복수의 거주공간, 모든 거주지에 대기하고 있는 멋진 차, 보통 사람들이 들어도 알 만한 사업체를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있다.

또 영화배우나 록스타, 정치인이나 기업인들과 교류할 수 있고, 모든 파티에 초대받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파티에 원하면 갈 수 있다. 개인 경호원과 직원들이 상주하고, 세상은 ‘예스맨’으로 가득차게 된다. 구매력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개인용 섬을 통째로 보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지만, 대통령과 식사는 힘들다. 페라리를 몰 수는 있지만, 지구상에 단 5대 있는 한정판 슈퍼카를 소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구간에서 또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친구와 가족이다. 친구와 가족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이 가진 의도를 알기란 쉽지 않다.

남성 부호의 경우, 모든 종류의 파티에서 세계 최고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돈이 많다고 여성들과 감정적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주변에 섹시한 여성은 넘쳐난다.

▶4단계 10억~100억달러(1조1310억~11조3100억원)

생활에 큰 변화가 없는 3단계와 달리 재산이 10억달러를 넘어서면 인생은 바뀐다. 지구상에 살 수 없는 것은 없다. 물건뿐 아니라 영향력과 시간도 살 수 있다.

4단계 자산가는 당장 억만장자로서 공공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지사나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개인적으로 연락하는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미국 부호들이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도 ‘기다림’이란 없다. 여행의 경우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전용기에 앉고 문이 닫힌 후 2분 뒤 이륙할 수 있다. 활주로 대기시간도 없이 원하는 곳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다.

저녁식사의 경우 운전사가 레스토랑 앞까지 바래다주면 곧장 들어가 가장 좋은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 최고의 셰프가 맞춤형 만찬을 준비해놓고 있다.

골프라면 클럽은 특별관리 대상으로 언제든 티타임 준비상태다. 대기시간은 물론 없다. 슈퍼볼이나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제한구역은 바로 통과하고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큐레이터와 언제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치를 좋아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에게 약간의 연설료만 지불하고 친구들과 함께 그녀와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약간의 수수료와 자선 기부금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4단계 자산가들에게는 존경심도 따라다닌다. 주지사나 포천 500대기업 CEO가 우러러보고 각국 대통령과 왕들은 이들 자산가들을 동료로 여긴다.

▶5단계 100억달러이상(11조3100억원 이상)

넷워스닷컴은 4단계까지는 개념적으로 소비패턴을 확인할 수 있지만, 5단계 자산 100억달러 이상에 이르면 ‘국가원수급 삶’으로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산 100억달러 이상의) 세계적인 부호들은 평균 연간 4억달러(4523억원)를 쓴다”고 덧붙였다. 아주 단순히 계산하면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연봉 4만달러(4523만원) 정도 사람들의 1만배의 돈을 쓰는 것이다. 

슈퍼카 차고

이를 실제 구입비용에 적용해 비교해보면, 23만5000달러(2억6500만원)짜리 신형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이들 부호들에게 연봉 4만달러 수준의 사람이 23.5달러(2만6500원)를 소비할 때 느껴지는 심리적 가치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1만달러(1130만원)짜리 비행기 1등석이나 호텔 스위트룸은 그들에게는 평범한 사람이 1달러(1130원)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이야기다.

또 8000달러(904만원) 월급을 주고 쓰는 정규직 특급 비서는 월 0.8달러(904원) 정도에 불과하다. 5000만달러(565억원)짜리 저택이라도 부자들에게는 5000달러(565만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억만장자, ‘그들이 사는 세상’의 돈의 가치인 셈이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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