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슈퍼리치]‘21세기 모바일 커피문화를 판다’ … IT입은 스타벅스의 변신
뉴스종합| 2015-10-23 11:07
-최근 선풍적인 인기 끌고 있는 스타벅스 ‘사전주문 서비스’
-모바일 시대 맞아 적극적인 ‘디지털화’ 추진하는 스타벅스
-스퀘어ㆍ애플ㆍ스포티파이ㆍ리프트와 협력 혁신적인 서비스 도입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전 세계 2만27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커피산업의 패자 스타벅스(Starbucks). 우리 나라에서도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스타벅스 매장에 긴 줄을 선 직장인들을 보는 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데 요즘 스타벅스 매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 커피를 바로 받아가는 손님들이 있다. 바로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기능으로 커피를 미리 주문ㆍ결제한 이용자들이다.

사이렌오더는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한 후 바로 매장에서 받아가는 사전주문 서비스다. 


해당 앱의 GPS 기능을 이용하면 주변 500m 반경 안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해 음료를 미리 주문ㆍ결제 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스타벅스 모바일앱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 넘고 모바일를 이용한 결제 건수는 미국 스타벅스 전체 결제 건수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한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ㆍ62)가 최근 가장 관심을 쏟는 사업분야가 디지털화다. 이를 위해 정보기술(IT) 거물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모바일앱, 모바일 카드결제 등 각종 IT 기술을 주문방식에 도입하고 있다. ‘20세기 미국의 커피문화’를 파는 회사로 성장했던 스타벅스에,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21세기형 커피 문화’를 이식하려는 것이다. 

모바일 결제서비스 ‘스퀘어’를 이용한 스타벅스 결제

스타벅스는 2012년 8월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Square)’에 2500만달러(한화 약 280억원)를 투자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가 설립한 스퀘어는 소형 단말기를 스마트폰에 꽂아 쓰는 방식의 모바일POS 시스템을 공급한다.

이어 슐츠는 스퀘어와 제휴를 맺고, 미국 내 7000여개 매장에 스퀘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퀘어 사용자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굳이 점원과 이야기할 필요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손쉽게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과 협력을 맺었다. 비콘(Beacon)은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위치 기반 서비스로, 단말기가 설치된 장소에 고객들이 들어오면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비콘 시스템을 설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아이비콘과 연결된 스마트폰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스타벅스 앱을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실행한다. 설정만 해놓으면 고객이 그냥 매장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 점원과의 대화나 번거로운 선택없이 ‘늘 먹던 내 스타일의 커피’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창립자 다니엘 엑

1994년 연주자인 케니G 앨범을 시작으로 매장 내에서 CD를 판매해온 스타벅스는 지난 5월 CD 판매를 중단한 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도 손잡았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틀어주는 음악을 독점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고객은 스타벅스 앱을 통해 선곡 리스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노래 신청도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스포티파이 가입자에게는 스타벅스 쿠폰(별)을 제공하고 매장의 상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 출신 기업인 다니엘 엑(Daniel Ek)이 세운 스포티파이는 음악시장을 ‘대여’의 개념으로 바꾼 획기적 업체다. 스트리밍 방식을 세계적인 추세로 정착시키며 창업 7년 만에 음악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와 제휴를 맺은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기술협력은 자동차 관련 산업으로도 이어진다. 올 7월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와 제휴를 맺고 리프트를 이용하는 승객과 기사에게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존 지머(John Zimmer)가 2012년 설립한 리프트는 현재 우버의 대항마로 꼽히는 모바일 기반의 차량공유 업체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미국 2400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매장에 비디오 스크린을 설치할 계획임도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물건을 사서 받을 수 있는 매장이다. 스타벅스 애용자라면 스마트폰에 앱하나 설치한 것 만으로, 결재할 필요도 없이 차량을 운전하면서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올 초에는 배달 전문 스타트업 포스트메이트(Postmates)와 협력, 미국 뉴욕과 시애틀에서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최근 스타벅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된 제리 마틴-플릭잉거

IT를 적극적으로 디지털 사업과 연계하려는 스타벅스의 의지는 인재 영입에서도 드러난다.

스타벅스는 최근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을 만들고, 관련 임원을 IT 업체 어도비시스템즈에서 영입했다. 그동안 스타벅스에는 CTO라는 직책이 없었다. 처음으로 중책을 맡을 인물은 어도비 임원 출신인 제리 마틴-플릭잉거(Jerry Martin-Flickinger)다. 제리를 영입한 스타벅스는 향후 기술 기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어도비시스템즈에서 정보기술팀을 이끌며 어도비를 소프트웨어업체에서 클라우드 기반 개발사로 재탄생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벅스는 또 디지털 사업 강화를 위해 주니퍼네트웍스(컴퓨터 네트워크 장비업체) CEO였던 케빈 존슨을 지난 1월 업무사업총괄자(COO)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주니퍼네트웍스에서 CEO를 지냈고, 그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근무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실리콘밸리의 IT 베테랑을 잇달아 영입 후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더 낼 것으로 본다.

물론 이같은 혁신의 중심에는 하워드 슐츠가 있다. 1953년 뉴욕 브룩클린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슐츠는 미식축구를 통해 전액 장학금을 받는 체육 특기생으로 노던미시간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복사기 판매업체인 제록스에서 세일즈맨으로 3년간 일하다, 1979년 가정용품 업체 하마플라스트(Hammarplast)에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1982년 우연히 접한 스타벅스의 커피맛과 경영방식에 반해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 이사로 합류했다. 이후 이탈리아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바 일지오날레(Il Gionale)를 창업했다가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자산은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

ms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