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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미증시 입성! … ‘빌리어네어’된 페라리家 유일 상속자 피에로 페라리
뉴스종합| 2015-10-23 11:07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출생부터 환영받지 못한 인생이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의 성도 쓰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 지금 그는 세계 슈퍼카 시장을 주무르는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 아버지도, 이복 형도 생전에 갖지 못했던 억만장자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됐다.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피에로 페라리(Piero Ferrariㆍ70) 부회장이다. 페라리가 창립 70여년 만에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피에로 부회장의 인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페라리 부회장 피에로 페라리. (아래) 젊은 시절의 피에로 페라리 부회장, 아버지 엔초 페라리 창업자, 버니 에클레스톤 F1 회장(오른쪽부터).

페라리는 상장 첫 날인 21일(현지시간) 주당 52달러에 거래되며 뉴욕 증시에 안착했다. 이는 페라리의 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이 당초 계획했던 공모가(48~52달러)의 최고액과 일치한다. 이번에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매각한 주식은 전체 지분의 약 9%(1718만주)로, 총 9억달러(한화 약 1조원)를 조달하게 됐다. 페라리의 시가총액도 98억달러(약 11조원)로 평가되고 있다.

상장에 성공하면서 페라리 지분 10%(1889만2160주)를 보유한 피에로 부회장의 주식자산도 9억달러(약 1조원)로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기타 자산까지 합치면 총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라리 가문에서 마침내 최초의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이다.

피에로 부회장은 창업자이자 아버지 엔초 페라리(Enzo Ferrari)가 1988년 사망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여느 상속자들과 달리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저자세를 유지해왔다. 대신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이 사실상 페라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아버지는 슈퍼카와 모터스포츠 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평가되는 인물이었다. 그만큼 피에로 부회장에겐 아버지의 그늘이 클 수밖에 없었다.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혼외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출생 콤플렉스’도 그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지난 30여년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가 이번 페라리의 기업공개(IPO)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피에로 부회장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버지 엔초는 이미 부인과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이혼을 법적으로 금지했던 탓에 아버지는 본래 가정생활을 유지해야만 했고, 피에로 부회장은 혼외자식으로 남게 됐다. 페라리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페라리라는 성도 쓸 수 없었다.

엔초는 원래 본부인 로라(Laura)와의 사이에 뒀던 큰 아들 알프레도(Alfredo)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1956년 24살의 나이에 근육위축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페라리 가문 가계도

후계자 자리가 공석이 되자 엔초의 관심은 이제 하나 남은 아들 피에로에게 향했다. 카레이서가 되려고 했던 작은아들을 만류해 회사로 불러들여 경영을 배우게 했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따른 피에로 부회장은 1966년 이복 형의 이름을 딴 스포츠카 ‘디노 206 컴페티치오네(Dino 206 Competizione)’ 생산에 참여하면서 페라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때 카레이서를 꿈꿨던 만큼 그는 페라리에 입사해서도 모터 스포츠 부문을 맡아 경영능력을 쌓아왔다.

1978년엔 로라가 사망하면서 비로소 피에로 부회장은 ‘피에로 페라리’라는 지금의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그때서야 피에로 부회장은 자신의 어머니 리나 라르디(Lina Lardi)와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태어난 지 3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페라리가(家)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그는 ‘서러운’ 유년기를 딛고 결과적으로 페라리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다. 1988년 아버지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의 수장이 된 그는 지금까지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그리고 페라리 주식의 첫 거래가 시작된 21일을 기점으로, 아버지도 오르지 못했던 빌리어네의 자리에 마침내 앉게 됐다.

그 사이 피에로 부회장은 페라리 지분 외에 다른 산업에도 투자하며 자산을 늘리는 수완을 보였다. 현재 F1팀과 항공우주산업체, 방위산업체 등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HPE-COXA’의 주요 주주에 두 자녀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이탈리아 최고의 항공우주산업체로 평가되는 ‘피아지오 에어로(Piaggio Aero)’에도 1.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요트에도 관심이 많아 이탈리아 럭셔리 요트 제조업체 ‘페레티그룹(Ferreti Group)’의 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억만장자 등극을 눈 앞에 둔 피에로 페라리 부회장

한편,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지배하고 있는 아그넬리 가문(Agnelli family)은 이미 1969년부터 페라리 지분 50%를 취득하며 최대주주 역할을 해왔다. 창업자 엔초가 세상을 떠날 때쯤엔 그 지분이 90%까지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업공개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페라리 지분은 80%로 줄어들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번 페라리 상장을 기점으로 페라리를 그룹에서 분사하고, 내년까지 지분을 전량 매각해 손을 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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