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양손과 양발 묶은 채 목매단 채 발견된 10세 소년이 자살?”…日 여론, 경찰 보고에 반발
뉴스종합| 2015-10-27 18:01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 경찰당국이 지난 밤 도쿄(東京) 히노(日野) 시 산 중에서 양손과 양발이 묶이고 알몸인 상태에서 목매단 채 발견된 10세 소년의 사망원인을 ‘자살’이라고 보고 수사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이날 지난 26일 오후 히노시 인근의 산속에 사망한 채 발견된 10살 소년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동기 등을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시신의 양손과 양발이 노끈으로 묶인 상태였지만 주위에 싸우거나 타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시청은 소년이 알몸의 시신으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옷을 입지 않고 있었지만 근처에 옷이 가지런히 놓인것으로 보아 자살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툴=픽토차트(PiktoChart)]

경시청의 발표에 여론은 반발하고 있다. 야후 재팬 뉴스포털 등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자살일 수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HK는 경시청의 수사상황을 전하면서 “10세 남아 시신 자살인가”는 보도 제목을 통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의문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이 배경에는 타살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찰 당국이 ‘자살’이라 판단하고 수사를 서둘러 종결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일본 경시청은 요코하마(横浜)시의 간이 숙박소에서 목이 칼에 베여 피를 흘린채 사망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하고 이를 자살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반 년 뒤 경찰을 찾은 남성이 자수해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본판 ‘엔론사태’로 불리는 라이브도어 콘텐츠 업체의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 사건 때도 의문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라이브 도어 전 이사 노구치 히데아키(野口 英昭)는 오키나와(沖縄) 캡슐 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때 복부에 내장이 노출될 정도로 깊은 자상을 입었다. 왼쪽 손목과 목에는 5 cm 정도의 상처가 나 있었다.

노구치의 유족은 현장에서 노구치 본인의 소유가 아닌 셔츠가 발견되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구치가 자상을 입고 비상 벨을 누른 사실이 확인돼 타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경찰은 칼이 침대 위에 놓여있었다는 점, 의문스러운 점이 많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점을 들어 사망원인을 ‘자살’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경찰은 부검이나 지문 채취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에 쓰인 칼에 대한 조사 역시 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주간지 슈칸 겐다이(週刊 現代)와 온라인 매체 데일리뉴스는 “당연히 단순 이상항 상황에서 자살한 사례도 분명 있지만 경찰의 직무 태만으로 인해 사건이 묻히는 일도 있다”며 “타살이 자살로 오인된다면 피해자의 억울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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