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그 완성도에 관계없이 원곡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리메이크는 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그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던 곡은 어디까지나 원곡이지 리메이크는 아니니까요. 리메이크가 손쉽게 대중의 이목을 모을 순 있어도, 원곡의 감동까지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종신이 리메이크한 고(故) 신해철의 ‘고백’은 리메이크의 양날의 검을 피해가면서도 새로운 감동을 이끌어낸 수작입니다. 우선 ‘고백’은 신해철의 히트곡 중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자 몇 안 되는 발라드입니다. 이런 리메이크는 사실상 묻힌 곡을 재조명하는 효과가 있죠. 여기에 신해철의 매력적인 저음을 재현한 윤종신의 보컬, 한때 고인의 음악 동료였던 정석원의 웅장한 현악 편곡이 더해져 곡의 비장미를 더합니다. 그 결과 단순한 추모곡이나 리메이크 이상의 결과물이 탄생했습니다. 원곡의 담백함을 더 선호하는 팬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런 리메이크라면 고인도 하늘에서 미소를 지을 것 같군요. 물론 기자의 사견입니다.
그리고 절대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놓치지 마시길. 만약 고인의 열렬한 팬이었다면, 장면 하나하나마다 깊게 기억에 새겨질 뮤직비디오일 테니 말입니다.
※ 살짝 추천 싱글
▶ 좋아서하는밴드 ‘명왕성’= 저 멀리 춥고 어두운 곳에서 ‘♡(하트)’를 품은 채 삐딱한 궤도로 돌고 있는 명왕성. 그 명왕성으로 이렇게 사랑스러우면서도 서글픈 고백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내다니. 좋아서하는밴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참고로 정규 2집으로 발표될 다른 곡들도 정말 사랑스럽다. 나오면 사자.
▶ 수상한 커튼 ‘보름달’= 이제 매월 말일만 가까워 오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따뜻한 목소리. “언제 본지도 모를 하늘은/이토록 아름다웠었나”.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봤던 이들이라면 이 곡의 쓸쓸한 따뜻함이 예사롭지 않게 가슴으로 다가올 것이다.
▶ 종현ㆍ정준영 ‘애월(愛月)’= 이젠 무슨 곡을 불러도 믿음을 주는 종현. 좀처럼 종현의 섬세한 목소리와 섞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정준영이란 의외의, 그러나 잘 어울리는 조합. 따뜻하면서도 달콤쌉싸래한 코코아를 한 잔 후후 불며 마시는 듯한 질감의 웰메이드 발라드.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