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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위안의 힘 보여준 OK저축은행 배구단
엔터테인먼트| 2015-11-04 11:00
올 시즌 초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프로배구를 보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지난 해 세월호 사건으로 깊은 슬픔에 빠졌던 안산시민에게 ‘위안’과 ‘나눔’ 활동으로 희망을 안겨주며 창단 1년여만에 프로배구 정상에 올랐던 안산 OK저축은행 배구팀이 이번 시즌들어서도 순조로운 항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 배구팀은 지난 2014-2015 V리그 결승에서 통산 8회 우승의 빛나는 성적을 올린 ‘무적함대’ 대전 삼성화재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시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게 배구관계자들의 평가이다.

OK저축은행이 단 기간에 안산이라는 연고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한 안산 시민과 배구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과 안산 시민들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게 된 것은 지난 해 세월호 사건때였다. 안산시 전체가 슬픔에 접어든 상황에서 구단은 어떠한 홍보와 마케팅 방법도 시행할 수 없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연고 구단으로서 ‘일심 동체’.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구단은 전지훈련을 취소하고 합동 분향소를 조문 한 뒤 한 달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안산 시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엠블럼을 ‘우리는 하나의 안산이다’와 ‘위안’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We Ansan‘ 으로 바꿔 안산시민들과 우호적인 소통을 이루는데 주력했다. 별도의 티켓 판매활동에 나서지 않았고, 안산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배구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진정성 있는 스포츠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단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V리그 우승을 독점하던 삼성화재를 제치고 신생팀이 우승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이 구호는 세월호 관련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안산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구단은 ’OK! 서브에이스, 사랑의 백어택‘이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 선수들이 서브에이스를 기록할 때마다 10만원을 적립하고, 백어택 성공시 10kg의 쌀을 내놓아 공익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구단의 이러한 활동들은 안산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하는데 한 몫을 해주었다. 지난 시즌 평균 좌석 점유율 100%에 육박하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었으며 올 시즌에도 평일 경기에 2000명을 웃도는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OK저축은행이 처음부터 안산 시민의 호감을 샀던 것은 아니다. 러시앤캐시라는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모기업이 창단한 프로배구단은 2년전 안산을 연고지역으로 결정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에서 30년,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수원에서 20년, 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원주에서 19년을 연고지역팀으로 활동했던 것과 비교하기 조차 어려웠다. 러시앤캐시는 프로배구단 창단이전,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으며 프로배구를 위해 많은 예산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위기 속에서 OK저축은행 배구단이 안산 시민들과 위안과 공감의 메시지를 잘 공유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는 어려웠 을 것이다. 스포츠의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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