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128억 년 전 블랙홀 천체 발견되다
HOOC| 2015-11-09 12:15
[HOOC=이정아 기자] 국내 연구진이 128억 년 전의 거대질량 블랙홀 천체인 퀘이사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빅뱅 이후 약 10억년 시기의 어두웠던 초기 우주를 밝힌 원인 천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급 천문대 제미니 8m 망원경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9일 한국천문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임명신 교수가 이끄는 초기우주천체연구단 연구원 15명과 한국천문연구원의 김민진 박사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이 초기 우주의 보통 밝기 퀘이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천체물리학저널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학술지에 오는 10일자로 소개될 예정이다. 

제미니 망원경으로 얻은 퀘이사의 분광자료. 우주의 팽창으로 인하여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그것이 정지해 있을 때 보다 더 붉은 색으로 관측이 되는데, 이는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짧은 파장 빛이 긴 파장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관측이 된다. 이번에 발견된 IMS J2204+0111 퀘이사의 경우, 정지상태에서는 1216옴스트롱에 나타나야하는 라이만 알파 방출선이 8500 옴스트롱에 나타나, 그 빛이 적색이동값 6으로 적색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부터 이 퀘이사가 128억 년 전 우주가 현재보다 1/7로 작았던 시기에 있었던 천체임을 알 수 있었다. [자료=한국천문연]

우주는 빅뱅 이후 수 억 년이 지난 뒤 최초의 천체들이 탄생하면서 서서히 밝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빛의 주 원천이 되는 천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 후보 중 하나가 퀘이사인데 퀘이사는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질량 블랙홀 주변으로 별과 가스가 떨어질 때 나오는 마찰열에 의해 은하보다 수 배에서 수백 배나 밝게 빛나는 천체다.

우주의 빛이 서서히 밝아진 것을 알아내기 위해선 초기우주에 퀘이사가 얼마나 많이 존재했는지 알아야 한다. 특히 퀘이사 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통 밝기 퀘이사’들의 수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밝기 퀘이사는 은하보다 10배 정도 더 밝다. 단 매우 멀리 있어 어둡고 드물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내 연구팀은 2010년부터 광시야 적외선 관측이 가능한 UKIRT 4m망원경을 비롯해 미국 맥도널드 천문대 2.1m망원경, 하와이 CFHT 3.6m 망원경 등을 사용해 초기우주 퀘이사 후보를 찾기 위한 탐사관측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Infrared Medium-deep Survey(IMS)라고 불리는 이 탐사관측을 통해 퀘이사 후보 천체를 선별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퀘이사인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천체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급 망원경을 사용한 관측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제미니 천문대의 관측시설을 이용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올해부터 세계 최대급 구경 8m 망원경 두 대를 보유한 제미니 천문대와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가능했다. 이로써 연구팀은 세계에서 3번째로 최초로 초기 우주의 보통 밝기 퀘이사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퀘이사를 ‘IMS J220417.92+011144.8’이라고 명명했다. 이 퀘이사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약 십만에서 백만 배가량 되는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IMS J2204+0111 퀘이사와 다른 퀘이사 후보천체들로부터 우주 초기 보통밝기 퀘이사의 수밀도를 추정한 결과 우주 초기의 빛 중에서 퀘이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으로 그다지 많지 않음을 밝혀냈다. 또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퀘이사에서 나오는 빛이 우주의 재이온화에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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