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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다큐 속 장풍, 경공술…실체 규명되나
엔터테인먼트| 2015-11-10 11:29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도인이 내지른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탄환같은 장풍이 강 건너 적들을 나자빠지게 만든다. 하늘하늘한 나뭇가지를 디딤돌 삼아 허공을 걸어 나무 꼭대기에 올라선다.…

신뢰성을 주장하는 지상파TV에서도 이런 광경을 촬영해 방송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 가짜였다. 자기최면과 착각, 눈속임을 절묘히 이용한 사기극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방송사 측은 공식적인 사과 없이 슬그머니 지나갔다. 이것이 여태까지 일반에 알려진 장풍과 경공술의 진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은거한 도사들이 공개를 꺼릴 뿐, 실재하는 기공술이라고 주장한다.

10여년 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무술인의 장풍 시연 장면. 이 사진속 당사자 외에도 수십명이 장풍 시연을 펼쳤다. 하지만 사실로 증명된 것은 없었다

주로 중국의 무술을 소재로 한 UHD 다큐멘터리 ‘천하무림기행’이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 당당히 ‘글로벌 다큐멘터리’라고 장르를 내건 이 프로그램이 장풍과 경공술 등 영화, 무협지에서나 보던 꿈같은 기공술의 실체를 파헤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블채널 마운틴TV와 유맥스(UMAX)가 공동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중순 중국 섬서성 화산과 시안 일대에서 1차 촬영을 마쳤고, 오는 11일 다시 청하방 거리와 서호 등 항저우 일대와 아시아 최대의 영화촬영지 헝디엔에서 2차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유명 프리랜서 아나운서 오상진 씨가 진행자로 나서 장풍과 경공술을 재연하는 촬영분도 있는 것으로 제작사 측은 알려왔다. 무술인 출신이 아닌 오 씨는 물론 실제 무술이 아닌 재연에 충실할 예정이지만, 프로그램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현지 무술인이 등장해 이 같은 기공술에 대한 실체를 검증하는 시도도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공술과 장풍을 재연한다고 소개되고 있는 무술다큐 ‘천하무림기행’

장풍의 경우 무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오래도록 환상을 심어준 기공술이다. 국내외에서 무술인이 직접 이를 시연해 이 기술을 받은 이들을 뒤로 쓰러지게 하는 시범을 보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실체를 의심하는 이유는 그 같은 시연이 매번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개는 장풍을 맞을 이들에게 뒤로 나동그라지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그들의 뒤에 매트리스를 깔아놓는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뒤로 자빠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다. 사람의 이같은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을 뿐이다. 심지어 장풍을 시연하는 이가 리플리증후군에 빠져 스스로 이를 해낼 수 있다고 철저히 착각하고 있는 케이스도 많았다.

중국 무술을 오래도록 수련한 한 무술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단언한다. 그는 “현대의 개념으로 보면 복싱의 코크스크류, 공수도의 촌경 같은 것이 장풍”이라며 “기가 몸 밖으로 발사돼 멀리 떨어진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기 수련을 통해 몸에 기가 오르면 신체능력이 활성화돼 간결한 팔, 손의 움직임으로도 상대에게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장풍의 이치로 보는 것이 옳다고 그는 설명했다.

경공술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는 “건물과 건물을 뛰어넘거나 공중회전을 하는 현대의 극한스포츠인 ‘파쿠르’가 경공술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며 “능력이 뛰어난 자는 소위 경공술에서 말하듯 지붕을 타고 오를 수도 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체능력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못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이나 행상이 좌판에 올려둔 두부를 밟고 하늘 높이 점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단정지었다.

좌선하는 자세로 지상 1m 이상으로 둥둥 몸이 떠오른다는 공중부양 모습이 담긴 사진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세상이다. 그 누구도 조작된 스틸 컷 외에 실체를 보여준 적이 없다. 장풍과 경공술도 실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오히려 무술의 참된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무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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