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명인이 사랑한 와인](11)영국 왕실과 제임스 본드의 ‘볼렝저(Bollinger)’
뉴스종합| 2015-11-11 07:38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좁은 샴페인 잔의 바닥에서부터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청량감이 주는 사치스러움. 이런 이유로 특별하지 않은 샴페인이 있을까 싶지만, 이름부터 아주 특별한 샴페인이 있다. ‘특별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페셜 꾸베’(Special Cuvee)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의 에드워드 7세는 볼렝저 샴페인을 즐겼는데, 때 볼렝저 샴페인이라는 이름 대신 늘 ‘스페셜 꾸베’(Special Cuvee)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꾸베’는 샴페인 압착시 최초에 뽑은 즙을 뜻하며, 최고급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오로지 이 꾸베 만을 사용해 샴페인을 만든다. 최고급 샴페인을 ‘꾸베’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1910년부터 스페셜 꾸베라는 이름의 샴페인을 출시하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볼렝저 샴페인은 논 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다. 빵, 구운 사과, 생강 쿠키, 아몬드, 스모크의 풍부한 향과 인상적인 산도, 우아한 질감, 겹겹이 펼쳐지는 다양한 풍미가 아름답다. 저명한 와인 평론지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로부터 94점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적극적으로 추천받은(Highly Recommended)’ 와인으로 꼽혔다.

‘스페셜 꾸베’를 만드는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는 영국 최초의 ‘왕실 인증’(Royal Warranty)을 받은 곳이다. 1884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실 인증을 받은 이후 볼렝저의 모든 병에는 ‘Royal Warranty’라는 마크가 있다. 이 인증서는 거의 매년 갱신되는 것이기 때문에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지만 볼렝저는 1884년부터 한결같이 왕실 인증을 받고 있다. 현재 왕실 인증을 받은 샴페인은 등급에 따라 여섯 종류가 있다. 손님이 왔을 때 그 등급에 따라 여섯 종류가 다르게 서빙을 하고 있는데, 볼렝저는 가장 윗 등급이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연회 때에는 ‘볼렝저 알디’(Bollinger RD) 1973년 산이 사용됐고, 케이트 미들턴과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연회에도 ‘볼렝저 스페셜 꾸베 브뤼’가 사용됐다. 또한, 케이트 미틀턴과 윌리엄 왕자의 아들인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 왕자가 탄생했을 때에도 이를 축하하기 위해 ‘볼렝저 그랑 아네’(Bollinger Grande Annee) 2002년 산이 사용된 바 있다.

영국 왕실의 이러한 지대한 사랑 덕분인지 볼렝저는 영국을 상징하는 영화인 ‘007 시리즈’ 영화에서도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007 오리지널 북’(007 Original book)에도 볼렝저가 언급돼 있을 정도다. 볼렝저는 007 시리즈에 총 14번이나 등장했으며, 11월 개봉하는 24번째 ‘007 시리즈’인 ‘007 스펙터’에도 등장한다.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는 어떤 곳?

1829년에 설립된 볼렝저는 가족 소유로 운영되는 3대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로, 샴페인의 가장 중심이 되는 ‘아이’(Ay)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볼렝저, 폴 로저, 루이 뢰드레로 이어지는 3대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이다. Ay 지역은 피노 누아 그랑 크뤼 포도밭이 있는 지역으로 볼렝저는 모든 샴페인을 만들 때 피노 누아 품종을 60% 이상 블렌딩한다. 샤도네이 비중이 더 높은 샴페인들도 많지만 볼렝저는 피노 누아 비율을 높임으로써 무게감이 있으며, 숙성 잠재력이 높은 샴페인을 만들어 낸다.

볼렝저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 샴페인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생산되는 샴페인의 99%가 스텐레스 스틸에서 1차 발효를 하지만, 볼렝저와 다른 한곳 만이 전통적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1차 숙성을 한다. 오크통은 최소한 5년 사용한 배럴 만을 사용하며 오크통 1차 발효는 공기가 와인에 서서히 침투되는 과정으로 ‘마이크로 옥시젼’(Micro Oxygen)이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샴페인이 생산된다. 또한, 샴페인 제조과정에서 침전물을 빼내는 작업인 데고르주망(Degorgement) 작업시 아직도 손으로 하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이기도 하다.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가 대량 생산된 샴페인들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점은 자체 포도밭 비율에 있다. 대부분 샴페인 하우스는 자체 소유밭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자체 포도밭 비율이 10% 정도로 매우 낮지만, 볼렝저는 자체 포도밭을 60% 이상 소유하고 있다.

또한 볼렝저 만의 유니크한 특징 중 하나는 기본이 되는 리저브 와인을 매그넘 병에 숙성을 한다는 점이다. 대개는 스텐레스 스틸이나 오크통 숙성을 하지만, 비용이 높더라도 볼렝저는 최고의 품질을 위해 매그넘 병 숙성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볼렝저는 Natural 코르크를 사용해 보관하며 샴페인 하우스 중 유일하게 풀 타임 ‘쿠퍼’(cooperㆍ통 제조업자)를 갖고 있다.

볼렝저는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하는 ‘현존하는 문화유산‘(EPVㆍEntreprose du Patrimoine Vivant)에 등재되기도 했다. EPV란 프랑스 기업 중 뛰어난 기술력과 전통,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상이다. 볼렝저는 1등급 포도밭에서 수확, 오크 숙성, 매그넘 병에 리저브 와인을 보관하는 등 최상의 방법으로 샴페인을 생산해 이 상을 수여받았다.

볼렝저는 샴페인 하우스 중 최초로 EPV 라벨을 획득했고, 이로써 프랑스 샴페인의 대표 생산자로 전세계에 프랑스 샴페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이와 동시에 프랑스 와인 생산자 최초로 자연친화적 생산자 인증인 HEV(High Environmental Value)도 획득해, 자연친화적 와인 생산자의 선구자로 전세계의 인정을 받게 됐다. 


찰떡궁합 음식은 ‘초밥ㆍ회ㆍ아보카도 마끼’

샴페인은 그 자체로도 특별해 아무 것도 없이 샴페인만 마셔도 특별하다. 이런 이유로 식전주로 환영받으며, 간단한 아페리티프 요리들과도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의 고유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초밥, 회 와도 상당히 잘 매칭된다.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칫 비릿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초밥이나 회의 맛을 샴페인의 산도와 향으로 날려주며 입 안에서 완벽한 찰떡 궁합을 보여준다. 특히, 초밥은 약간의 산도가 있는 음식이라 뛰어난 산도가 있는 와인이라야 잘 어울릴 수 있다. 볼렝저 스페셜 꾸베 브룻은 인상적인 산도와 겹겹이 펼쳐지는 다양한 풍미가 뒷받침돼 초밥과 최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또한 풍성한 향과 질감을 가진 이 샴페인은 아보카도 마끼와도 환상적인 매칭을 보여준다. 풍부한 효모 향과 질감이 아보카도의 질감이나 무게감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샴페인이 갖고 있는 사과와 레몬 등의 향은 마끼의 무순, 김, 오이 등과 어우러져 그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볼렝저 스페셜 꾸베 브룻 (Bollinger Special Cuvee Brut)

○원산지 : 프랑스 샹파뉴
○종류 : 샴페인
○품종 : 포도품종은 피노 누아 (Pinot Noir) 60%, 샤도네이(Chardonnay) 25%, 피노 뮈니에 (Pinot Meunier) 15%.
○적정 음용온도 : 8~10℃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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