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세상속으로-신율] 선거구 획정의 숨겨진 의미
뉴스종합| 2015-11-11 11:01
선거구 획정 법적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어제(10일) 밤 늦게 국회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4+4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법정 시한인 13일을 지킬지 미지수다. 정치권의 지금 상황을 보건대, 현재 여야가 그다지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재 상황이란 여야 지도부 모두 현재의 당내 권력구도를 바꿀 이유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현역의원들도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와 선거구 획정 시한의 ‘함수’를 이해하려면 먼저 여야 대표의 입장부터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현재 당 내에서 ‘친박’ 의원들보다 ‘비박’ 의원들의 수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구도를 20대 국회에도 유지한다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 야당 역시 ‘친노’의 비중이 ‘비노’보다 크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친노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당내 권력구도를 깰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문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권력 구도를 20대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노나 친박의 입장에선 현재 당내 권력구도를 깨야 한다. 이럴 경우 현역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비노나 친박은 선거구 획정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 수록 현역 의원들은 유리하고 정치신인들에겐 불리하기 때문이다. 즉,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들이 유리하고, 변화된 선거구에 적응해야 하는 정치신인은 ‘적응’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어 불리하다.

또 하나 변수가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현역의원들이 다시 대거 등장하더라도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물갈이는 필요한데, 여기서 전략공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에 부정적이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전략공천에 부정적이지 않다.

현재의 당내 권력구도 유지를 원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표가 이런 입장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당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 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여당은 김무성 대표 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반면, 야당은 문 대표가 명실상부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당 대표가 명실상부한 ‘주인’이라면 전략공천에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전략 공천은 자신의 입지 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김무성 대표처럼 자신 ‘위’에 대통령이 있으면 전략공천은 ‘대통령의 사람’을 공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자신의 당내 입지 약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전략공천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지금까지 ‘공천 룰의 전쟁’의 스코어를 보면, 비박 대 친박은 ‘1:1’, 그리고 친노 대 비노는 ‘2:0’이라고 할 수 있다. 비박 대 친박이 1:1인 이유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현역의원의 공천 가능성이 높아져 비박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반면, 전략공천의 가능성은 높아져 친박에게도 나쁜 상황이 초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친노의 입장에선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전략공천의 확률도 높아졌다. 여러모로 비노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선거구 획정은 정치권의 빅뱅, 더 나아가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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