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에서-김성훈] 광군제에서 배워야할 점
뉴스종합| 2015-11-12 11:00
18초만에 1억 위안, 72초만에 10억 위안, 12분28초만에 100억 위안….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블프)라는 ‘광군제(光棍節)’(11월11일) 매출은 실로 경이적인 것이었다. 알리바바는 11일 하루에만 912억 위안(약 16조4900억원)의 매출을 올려, 750억~800억 위안이 될 것이라던 시중의 예상치를 비웃듯이 큰 성과를 냈다. 6년전 처음 행사를 기획했을 때와 비교하면 180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달의 한국판 블프와는 너무도 다른 흥행 결과다.

어찌보면 이같은 차이는 행사 취지 기획단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한국판 블프는 단순히 ‘돈을 쓰라’는 것 외에 아무런 명분도 심어주지 못한 ‘묻지마 행사’였다. 그러나 광군제는 ‘독신자’를 의미하는 ‘1’이 네개 겹친 날로, 외로운 싱글들이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취지에서 탄생한 행사다. 알리바바가 이를 쇼핑으로 연결지으면서 소비 행사로 변모했지만, 소비 주체는 여전히 미혼 남녀 싱글족이다.

이는 현재 중국의 트렌드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소황제들이 결혼적령기를 맞았지만, 미혼 남녀의 수가 2억만명을 넘는걸로 추산될 정도다. 이들은 부모의 절대적 지지와 보호 아래 자라나 자기 자신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 이른바 ‘포미족’이기도 하다. 게다가 성인이 돼 구매력도 커진 상태다. 알리바바는 이들의 쇼핑욕구를 적절하게 자극해 전국민의 쇼핑행사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행사의 내용 자체도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판 블프는 그렇잖아도 1년에 100일 이상씩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위주로 할인행사를 기획했다. 할인율도 기존 세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가뜩이나 ‘세일공화국’인데, 할인행사 하나를 더한 격이 됐다. 반면 광군제는 모바일쇼핑 비중이 50%가 넘을 정도로 철저히 온라인 위주로 행사를 기획했고, 제조업체까지 참여해 외연을 넓혔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오는 20일부터 ‘K-세일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한번 더 연다고 한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정부 주도가 왜 힘든지 중국 광군제에서 시사점을 얻었으면 좋겠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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