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스테이지] “롯데콘서트 홀 음향시설은 인간 최고의 音域”
라이프| 2015-11-20 11:01
내년 8월 오픈 ‘롯데콘서트홀’ 김의준 대표 인터뷰
2036석 규모로 세종문화회관 이어 두번째 파이프오르간 설치



김의준(65)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에 이어 롯데콘서트홀까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공연장의 건설 단계부터 참여했다. 40여년간 공연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롯데콘서트홀 개관 역시 쉽지는 않았다. 지난해말 롯데콘서트홀 공사장에서 인부 사망 등 사고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을 때는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지난 5월 공사는 재개됐고 현재 객석이 설치되는 등 마무리 단계다. 

롯데콘서트홀 내부모습.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공중에 뜬 형태로 소음ㆍ진동 차단

지난 13일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 ‘라이브&토크’가 끝나고 만난 김 대표는 “롯데콘서트홀은 내년 8월 개관 예정으로 그룹 경영진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며 “시설은 완벽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잠실 롯데월드몰 8~11층에 들어서는 2036석 규모의 클래식 공연장이다.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국내 공연장 가운데 두번째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다. 개관 음악회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이 맡는다.

“파이프오르간 설치가 12월말에 끝나면 내년 초쯤 공연장의 윤곽이 드러날 겁니다. 개관 전까지 소리가 제대로 울리는지 등 점검에 나설 예정입니다. 공연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어쿠스틱(음향)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어요. 나머지는 신의 영역입니다”

롯데콘서트홀은 건설에 들어가기 전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음향 등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장은 잔향이 1.8초 정도면 되지만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될 경우 잔향은 2.8초까지 필요하다. 따라서 공연에 따라 잔향을 늘이고 줄일 수 있도록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 일본 산토리홀, 미국 디즈니콘서트홀 음향 등을 설계한 나카다 어쿠스틱이 음향을 맡았다.

롯데콘서트홀 외부 조감도.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지하철 2호선ㆍ8호선이 지나가는 잠실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진동ㆍ소음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롯데콘서트홀은 두꺼운 벽으로 에워싸여있어 마치 박스(롯데월드몰) 안에 들어있는 또다른 박스와 같은 형태다. 관건은 공연장의 문턱을 낮춰 많은 관객들이 드나들게 하는 것이다. 롯데월드몰의 하루 유동인구는 15만~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쇼핑을 하러 와서 공연도 보고, 공연을 보러 와서 쇼핑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공연장의 하드웨어 자체는 아주 좋을 것입니다. 관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여기에 더해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겠죠. 주부, 학생,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한 낮공연이나 새롭고 색다른 공연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무겁고 뜨거운 것만 얘기해라

예술의전당 공채 출신인 안호상 국립극장장이나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과 달리 김 대표는 우연하게 공연계에 발을 들였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다. 1970년대 건설회사의 중동 진출 붐이 일 때였다.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 나가지 않고 먹고살 방법을 찾다 1984년 예술의전당 건립본부로 옮겼다. 당시 예술의전당의 무대 장치, 조명 기기 업체 선정 등 각종 계약을 담당했다.

“1982년 건설회사에 다닐 때 회사에서 공연 티켓을 줘서 세종문화회관에 갔어요. 알아듣지 못할 노래를 자꾸 하길래 두세곡 듣다 중간에 나왔죠. 그게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였어요”

오페라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 ‘라 트라비아타’도 몰랐던 그는 세월이 흘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담당 부서장 자리에 올랐다. 직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직원들은 ‘교향악 축제’ 등 각종 기획을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고민했다. 김 대표는 예술의전당 건립 당시 계약을 맺었던 업체들을 찾아가 협찬을 따왔다. 직원들은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1996년에도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내한 공연과 관련, 협찬을 따내기 위해 LG그룹을 찾았다. 일주일 뒤 LG그룹에서 “월급을 받아볼 생각 없냐”는 연락이 왔다. 김 대표는 그해 LG아트센터 대표로 취임해 2010년까지 근무했다.

이후 2011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거쳐 2014년부터 롯데콘서트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예술가 못지않게 각자의 개성이 강한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쇼핑을 하러 와서 공연도 보고, 공연을 보러 와서 쇼핑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공연장의 하드웨어 자체는 아주 좋을 것입니다. 주부, 학생,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한 낮공연이나 새롭고 색다른 공연 등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

예술의전당 건립본부에 근무할 당시 그는 아파트 반상회에 참석하는 것을 꺼렸다. 예술의전당에서 일한다고 자기소개를 하면 반상회는 뒷전이고 성토대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막대한 돈을 들여 공연장을 짓는 것이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이었다.

“한 석학이 과거 사람들은 손재주로 먹고살았고, 지금은 머리 좋으면 먹고살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했어요. 언젠가는 공연장을 왔다갔다하는 것이 괜찮은 세월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음악당 이후 28년만에 생기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롯데콘서트홀 건설에는 1200억원이라는 자금이 투입됐다. 눈앞의 이윤만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영국 코벤트가든은 원래 농산물센터였는데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났어요. 일본 주류 회사인 산토리는 유명한 콘서트홀인 산토리홀을 운영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 10위안에 든다고 합니다. 공연장은 지역 경제와 기업 이미지를 살리고, 관객도 만족시킬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예요. 예술가들은 공연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저희가 이들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할 생각입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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