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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누가 역대 최약체팀이라 했나…기적신화 쓴 한국야구
엔터테인먼트| 2015-11-23 11:02
찜찜한 대회였다. 올림픽에 야구복귀를 추진하기 위해 졸속으로 만들어진데다, 참가팀도, 대회요강도 불확실했다. 게다가 한국은 도박스캔들에 부상여파까지 덮쳐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장도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2일.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WSBC 프리미어12 우승컵을 품에 안고, 많은 야구팬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금의환향했다. 사실상의 호스트인 일본의 온갖 꼼수로 삿포로돔으로 불려가 개막전을 치르고, 준결승 날짜도 바뀌는 악재 속에서도, ‘최약체’로 불리던 한국대표팀은 믿기지 않는 집중력과 팀워크로 12개팀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상금 100만달러. 천금같은 휴식기를 반납한 선수들이 탐탁치 않은 대회를 치른 댓가로는 형편없는 액수다. 대신 한국야구 대표팀은 한국야구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 대회 전 어수선한 팀 분위기의 대표팀을 하나로 만들어낸 김인식 감독은 다시한번 ‘국민감독’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선발진이 약해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도,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고 흔들리지 않았다. 코치진들과 함께 차선책을 찾아냈고, 작은 실마리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물론 게임은 선수들이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들을 믿어주고 위기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지도자가 있을때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단기간 많은 경기를 하는 상황에서 선발진이 튼튼하지 못했던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불펜진이었다.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불을 꺼야하는 불펜진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최강이었다. 0.77의 믿기힘든 평균자책점으로 상대를 봉쇄하는 사이 타선은 심기일전했고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은 이런 투타의 조화가 정점에 달한 경기였다.

테이블세터-클린업-하위타선은 기복이 있었지만 김 감독의 신뢰에 응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타격기계’ 김현수, ‘4년연속 홈런왕’ 박병호는 고비마다 타선의 숨통을 터줬다.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오재원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무너뜨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줬다.

이제야 2015시즌은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연봉협상으로 미국진출로, FA협상으로 분주한 겨울을 보내게 된다. 이들이 합심해서 만들어낸 ‘프리미어 초대챔피언’은 내년 시즌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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