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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의 이 장면& 이 대사] 혜리 때문에 ‘응팔’ 보기 싫다는 사장님들, ‘비담’을 권합니다
엔터테인먼트| 2015-11-25 10:17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혜리 때문에 ‘응팔’ 보기 싫어요.”

‘응답하라 1988’(tvN)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드라마는 5회 만에 10%대를 넘었다.

걸스데이 멤버로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애교왕’으로 떠오른 혜리의 캐스팅은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껑충 뛰어버린 걸그룹 멤버는 이후 몇 편의 드라마(SBS ‘하이드 지킬 나’, JTBC‘선암여고 탐정단’)에 캐스팅됐다. 연기가 썩 뛰어나진 않았다. 그런데 여주인공의 남편찾기가 드라마의 큰 재미로 꼽히는 시리즈를 꿰차니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미 노출된 이미지에 대한 과잉 소비, 연기력이라고 할 게 없는 연기실력이 그랬다. 


그러나 혜리는 첫 회 방송 이후 우려를 깼다. 혜리가 연기하는 덕선의 별명은 ‘특공대’다. 특별히 공부 못 하는 대가리. 드라마 속 혜리는 정말 ‘특공대’처럼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활발한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첫사랑 친구 앞에선 소녀가 되지만, 동네 친구들이나 언니 앞에선 목소리의 데시벨 자체가 달라진다. 삼남매 사이에 끼인 둘째의 설움이 터져나올 땐 함께 울어줄 수밖에 없다.

혜리의 연기력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요즘 온라인을 타고, 흥미로운 글들이 떠돈다. “‘응팔’ 보다가 혜리 얼굴 보니 알바몬 광고 생각나서 못보겠네요”, “짜증나서 꺼버렸어요 제가 속좁은 건가요”, “다들 같은 마음이군요”라는 내용의 글이다. 


혜리는 알바몬 광고에서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5580원”이라며 “5580원,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쬐끔. 370원 올랐는데.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이라고 말한다.

이 광고는 극과 극 반응을 불렀다. 지난 9월엔 ‘대학생이 뽑은 좋은광고제’에서 대상을 받는가 하면 유튜브에서 선정한 2015 상반기 국내광고 톱2에도 선정됐다. 혜리는 이 광고를 통해 지난 3월 고용노동부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광고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PC방, 주유소, 편의점 등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이 광고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당 사이트를 줄탈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이런 시급’의 여파도 셌다.

이게 정말 ‘웬열’이다. ('웬열'은 '응팔'에서 혜리와 골목친구들이 자주 쓰는 말로, '웬일' 정도의 의미다.) 사장님들께서 이번엔 혜리 때문에, 자꾸 ‘알바몬’ 광고가 생각나서 드라마를 보기 싫다고 한다.

굉장히 슬픈 현실이다. 다들 먹고 살기가 힘든 때다. 이름이 좋아 ‘사장님’이지, 하루에 손님 한 둘 받기 힘든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370원이 오른 최저시급 5580원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4만4648원을 주는 것이 녹록치 않을 수도 있다.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없어서 못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자신의 노동력을 헐값에 파는 젊은이들에게 나라가 보장한 최저시급을 주고 싶지 않다면, 5580원이 정 그렇게 아깝다면, 사장님들은 직접 일하면 된다. 아니면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거나. 


지난 23일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외국인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혜리 때문에 ‘응팔’을 보고 싶지 않다는 사장님들께 권하고 싶은 방송이다. 큐(Q)채널에서 재방송을 많이 한다.

이날 방송에선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토론하던 중 ‘최저임금을 국가가 정해야 하는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즉석 표결이 진행됐다. 외국인 14명 중 10명이 ‘국가가 정해야 한다’에 손을 들었고, 장위안과 타일러가 그 입장에 섰다.

장위안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게스트 이홍기의 의견에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건 최저임금이지 최종임금이 아니다, 최종임금은 나중에 얘기하면 오를 수 있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제가 없으면 나중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열정페이란 말이 있듯,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이) 없다면 당당하게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폈다. 


타일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타일러는 “최저임금이 없으면 당연히 싸게 돈을 주고 노동을 받겠다는 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이 국민인데 국민이 그 경제권에서 소비자가 되려면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남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라 입장에서는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노동자가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수준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다. (그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게)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상대빈곤선이다. 그것(상대빈곤선)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가 최저임금이다”라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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