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전고수
[취재X파일] 풍수에 따른 아파트 흉당은 어떤 곳?
부동산| 2015-11-28 08:22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조선 숙종 때 여러 지역 지방관을 역임한 홍만선은 조선 최초의 생활백과전서로도 불리는 ‘산림경제’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향촌 생활의 경제지침서로 불리기도 하고, 당시의 보기드문 ‘재테크’ 책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집 터를 정하는 방법, 건강 유지 비결, 곡식 재배법, 채소 및 약초 경작법, 나무 키우는 법, 화초 가꾸는 법, 누에 치는 법, 가축 및 물고기 등의 양식법, 음식 요리 및 저장법, 응급처치법, 흉년 대비법, 전염병 대응법, 해로운 동물 및 곤충 퇴치법, 약재 사용법, 길흉일 선택법, 문방사우 및 서화 등을 관리하는 법 등 내용이 생활 전반에 걸쳐 실로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의 부동산과 관련된 풍수지리학 바탕의 집 터 정하는 방법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특히 이 내용 속에는 흔히 말하는 명당의 요건 외에 흉당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있어 옛 사람들이 바라본 흉당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생깁니다.

2002년말 대통령 선거 전에 풍수지리학적으로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한 풍수지리학자 김두규 교수에 따르면, ‘산림경제’에서 말하는 흉당은 옛날 전쟁터, 가마터, 무덤 등입니다. 물론, 그밖에 큰 성문이나 감옥 문을 마주하는 곳, 출입구를 쏘는 듯한 물이나 산이 있는 곳, 산 능선이 집이나 건물을 찌르는 곳 등 흉당의 범위는 넓고 다양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예로부터 기피돼 왔던, 위에서 언급된 지역에 오늘날 많은 주택가가 들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림경제’에서 언급된 옛날 전쟁터, 가마터, 무덤 등 흉당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지형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풍수지리란 영원히 고착화된 지형적 환경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옛 흉당이 과연 인간의 대규모 도시 개발로 명당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로 개발된다는 것 자체가 그 땅이 명당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명당이기에 사람이 모여들고, 흉당이기에 인적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사진> 옛 문헌에 따르면 집의 터로 알맞지 않은 흉당의 특징이 추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규모 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옛 관점에서는 흉당일수도 있는 지형에마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인간은 과연 풍수지리마저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풍수지리적으로 어느 지형이 명당을 갖춰 어느 시대에 이르러 도시로 개발되는 것일까요. 사진은 수도권에서 개발 중인 택지지구 현장 모습입니다.

그의 말 대로라면 큰 도시에 들어서는 주택가 치고 흉당인 곳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는 그래서 풍수지리학계에 ‘도시의 흉당이 시골의 명당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 것이라며 현대 사회에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풍수지리마저 변화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에 흉당은 없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이런 관점은 해석에 따라 대량 물량공세나 자본 투입으로 풍수지리 등 자연의 이치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다시 자연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오늘날의 인류의 화두로 귀결됩니다.

과연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켜 풍수를 바꾸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연의 지세가 명당의 요건을 갖춰 대규모 도시로 개발되는 것일까요. 생각해볼수록 닭과 달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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