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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출산대책, 일·가정 양립 사회분위기 조성이 우선
헤럴드경제| 2015-12-10 11:42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3차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인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게하거나 아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주택문제 해결도 만만치 않아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가 여간 힘든 환경이 아니다. 이런 저출산 장애요인을 최대한 제거해 2020년에는 합계출산율을 1.5명까지 끌어올리고, 길게는 2030년 1.7명, 2045년 2.1명까지 높여보자는 게 이번 계획의 목표다.

3차 계획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건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다. 그동안은 기혼가구의 보육 부담을 줄여주거나 출산 관련 각종 비용을 지원해 주는 대책이 주류였다. 그런데 이런 식의 단발적 지원은 돈만 들지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자리와 주거 등 만혼(晩婚), 비혼(非婚) 대책을 강화하는 데 무게 중심을 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보겠다는 것이다. 관련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셈이다. 일단 방향은 잘 틀었다.

하지만 이 역시 출산율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마련돼 있어도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허사다. 지난 8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53조원을 투입했지만 별무효과였던게 잘 말해준다. 출산율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결국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경제ㆍ산업계 등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가령 엊그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일ㆍ가정 양립지표’를 봐도 여자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을 생각이 싹 가실만 하다. 기혼 남성 절반 가량(47.5%)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부인의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남편은 16.4%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맞벌이 가구의 경우 집안 일은 오롯이 여성 몫이다. 부인은 하루 집안일을 194분 하는데 남편은 고작 40분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집안 일은 여성’이라는 시대착오적 관념의 뿌리가 여전히 깊다는 증거다. 남자도 부엌에서 요리하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출산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직장 상사나 동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출산휴가를 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 등 일하는 방식의 개선도 절대 필요한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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