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서울역 고가 폐쇄]남대문시장 상인ㆍ택시기사 “우리는 죽을 맛”
뉴스종합| 2015-12-13 09:47
[헤럴드경제=김영상ㆍ최원혁 기자] 서울역 고가가 13일 0시 기준으로 폐쇄되면서 그 실효성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남대문 시장 상인과 택시 기사들이다. 여론은 고가의 공원화에 대해 미심쩍지만 지켜본다는 입장인데 비해 남대문시장 상인과 택시기사들은 당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 고가가 폐쇄된 13일에도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반발감은 여전하다. 이들은 20년간 방치된 하이라인파크와 달리 서울역 고가는 여전히 도로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대체도로가 없을 경우 지역 상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지금도 죽을맛인데 고가마저 폐쇄하면 남대문 시장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남대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해 온 한 상인은 “서울역 고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 지역간 통행이 단절돼 지역 경제가 침체된다. 누구는 공원이 생겨 좋다고 하겠지만 해당 지역은 도심 속 ‘섬’이 될 것”이라며 “일단 폐쇄가 된만큼 두눈 똑바로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시민 참여를 최우선시하는 서울시의 ‘청책(聽策)’ 기조에도 배신감을 느꼈다”며 “계속 공원화에 반대했는데, 강행을 했고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저지 투쟁에도 나서고 있어 서울시로선 이들과의 세련된 일대 타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고가 공원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설득하고, 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과는 수시로 밀착 소통하고 있는 중”이라며 “고가를 남대문시장 일대 명소와 연결하는 등 상인들과 상생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모습.

택시 기사들 역시 볼멘소리는 마찬가지다.

13일 택시에서 만난 택시기사 고정철(56ㆍ가명) 씨는 “서울역 위에 떡하니 공원을 만드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겠지만, 우리같은 택시기사는 더욱 교통체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의 고집이야 세상사람들이 다 아니까 그런다고 해도, 주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왜 서울시 손을 들어줬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고 씨는 “택시기사들이야 정 안되면 그쪽으로 가급적 가지 않고, 또 적당히 우회도로를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면 그런대로 살겠지만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무슨 죄가 있어 직접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라며 “남대문시장 손님을 최근 태운 적이 있는데 그쪽에선 ‘공원이 밥먹여 주는 것은 아니다’는 공감대가 정말 퍼져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 바닥판 철거공사를 오는 18일부터 시작해 내년 4월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히면서 공원화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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