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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화려한 마카오 카지노에 없는 3가지, ‘시계ㆍ유리창ㆍ거울’, 특정인보다 일반인 도박중독이 더 위험, 손쉽게 이뤄지는 불법환전 탓에 불법체류자 양산
뉴스종합| 2015-12-14 17:15
[헤럴드경제=윤정희(마카오) 기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물들기 시작하는 초저녁무렵 마카오 시내의 한 한식당 앞. 40대로 보이는 남성과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각각 휴대폰을 손에 쥐고 서로를 확인했다. 잠시 짧은 인사를 나눈 이들은 건네진 A은행 계좌를 들고 또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잠시후 30대 남성이 전화로 입금사실을 확인한 후, 주차된 차량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에서 꺼낸 홍콩 달러를 한뭉치 꺼내 세기 시작했다. 언듯 봐도 상당한 액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돈이 건네지고 악수를 하고는 돈을 받은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일련의 거래(?)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1만5000여명의 직원과 축구장 4배 크기의 카지노장을 보유한 베네시안리조트는 마카오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카오에는 비슷한 규모의 카지노가 무려 34개, 올해안으로 건설 목표인 4~5개를 합치면 40개 가까이 된다.

마카오 거리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한 불법환전 거래 현장이었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불법환전이 이뤄지는 곳은 카지노 인근 후미진 곳이나,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한식당 주위였다. 카지노에서 돈을 딴 사람들은 카지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불법환전상에게 딴 돈을 맡기고 국내에 있는 환전상 일당으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송금을 받는 형식이다.

도박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 이처럼 불법환전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관리법에 의하면 해외로 가져나올 수 있는 현금은 1만달러로 제한된다. 하지만 실제로 마카오에선 얼마든지 그 이상의 돈을 불법으로 환전해 도박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불법 환전한 돈은 실제로 추적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불법도박으로 유명세를 탄 ‘정킷(Junket)방’은 특정한 타깃을 국내에서 물색해 마카오로 데려오는 구조여서 이러한 환전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나 사업가들이 마카오 카지노를 출입하다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는 마카오에서 불법환전이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1만5000여명의 직원과 축구장 4배 크기의 카지노장을 보유한 베네시안리조트는 마카오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 얘기로는 1년 수익이 현대자동차의 6배나 된다는 곳이다. 마카오에는 비슷한 규모의 카지노가 무려 34개나 된다. 올해안으로 건설 목표인 4~5개를 합치면 40개 가까이 된다.

토요일 오후. 주6일 근무가 대세인 중국과 인접해 있어서인지 카지노의 좌석은 대부분 중국인이 채웠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바카라 게임장에는 드문드문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딜러가 돌리는 게임은 최저 베팅액이 무려 홍콩달러로1000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 500달러 베팅도 있었지만 1회 베팅액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진 카지노에는 3가지가 없었다. 거울과 유리창, 시계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카지노측에서 고객들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배려하는 노력이었다.

카지노 밖을 나서자 기자가 한국인임을 눈치챈 한 여성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40~50대로 보였다. 무척이나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을 걸어왔다. 얘기인즉슨 “카지노에서 가지고 온 돈을 모조리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항공권은 가지고 있지만 홍콩으로 돌아갈 교통비가 없어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국인 도박 중독자였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돈을 얻어서 또다시 카지노로 향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카지노를 찾다가 불법환전으로 통장잔고를 모두 소진하고, 이후 단계로 카드서비스로 도박자금을 충당한다. 그래도 도박을 끊지 못하면 반지나 목걸이, 시계를 팔고 국내의 친구에게까지 돈을 빌려 도박에 매진한다. 결국 마지막 단계로 여권을 맡기고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불법체류자로 카지노 주위를 전전한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난해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마카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만1376달러를 기록, 세계 4위의 부자 지역으로 떠올랐다. 카지노 산업을 기반으로 잘사는 나라가 된 마카오의 화려함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서려있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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