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中ㆍ日 ‘샌드백 신세’…No.1 한국 면세산업이 위험하다
뉴스종합| 2015-12-17 07:41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비자발급 수수료 면제조치가 내년 말까지 연장된다. 정부가 내수고객의 핵심인 중국인 관광객(遊客ㆍ요우커)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 한국 관광산업은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신세다. 특히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 면세점 시장이 중국과 일본의 ‘샌드백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수입관세 인하, 일본의 공격적 면세쇼핑 관광객 유치 등 주변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년에도 한국 면세점이 계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남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No.1 한국 면세 위협하는 세계 12위 일본=가장 적극적으로 면세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기 여행비자만 있으면 8% 소비세를 면제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일본 각 지역에 1만여 개 면세점을 갖추고 다양한 면세점과 명품 브랜드 매장을 개장하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3배 이상 많을 정도로 씀씀이가 컸다.

제너레이션 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일본 면세시장 규모는 약 12억 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시내 면세점과 같은 형태의 면세점을 추진 중이어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총지출 규모 4조엔을 목표로 면세품목 다양화, 수속 편의성 개선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면세 대상금액 및 품목의 확대를 통한 면세 소비 촉진방안’을 내놓았다. 면세대상 금액을 1만엔 초과에서 5000엔 초과로 대폭 완화하고, 면세대상 폼목도 가전ㆍ의류ㆍ가방에서 식품ㆍ의류ㆍ약품ㆍ화장품 등으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 각국이 총성없는 면세점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국은 규제로 손발을 묶으며 경쟁력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집안 단속 나선 중국, 한국 면세시장엔 태풍?=중국도 소비활성화를 위해 수입 관세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재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내국인 수요가 많은 여행가방ㆍ의류ㆍ패션용품의 수입 관세를 잠정 인하하기로 했다. 명품과 일상용품 가격을 낮춰 한국과 일본에서 쇼핑하는 요우커의 지갑을 중국 내수로 돌리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지난 5월에도 가죽구두, 스킨케어 제품에 대해 수입관세를 인하한 바 있다. 중국 내 명품 가격을 낮춰 한국 면세 품목과 가격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관세인하가 한국 쇼핑 수요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아무리 수입 관세를 낮춘다 해도 아예 관세가 붙지 않는 면세품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유커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중국 면세점의 성장세다.

중국 면세시장 규모는 약 5조4000억원으로 한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 면세시장은 2013년부터 매년 19%씩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여행객 수(2014년 기준)는 1억2000만명, 해외에서 소비하는 총 소비액은 1500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하이난 면세점의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10%미만이다. 해외관광객 유치가 주목적이 아닌 중국 정부의 자국민 쇼핑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쇼핑 인프라로 추정된다.

최근 하이난 면세점은 분유, 커피 등 서민생활에 필요한 상품에 대해서도 면세혜택을 주는 등 고가제품뿐만 아니라 생필품까지 면세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은 하이난 면세점 가격이 한국 면세점보다 10~15%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자국민의 소비 수요를 흡수할 경우 향후 한국 면세점 산업의 위축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요우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신생 업체들에게 면세사업을 맡기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규모의 경제도 좋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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