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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도전하라!” 사내벤처가 탄생시킨 억만장자들
뉴스종합| 2015-12-18 10:56
-삼성SDS 다니던 ‘이해진’ 사내벤처 통해 네이버 창업
-‘김범수’ 카카오 의장, 분사한 사내벤처 다시 사들여
-사내벤처로 인터파크 창업 ‘이기형’ 또 다른 사내벤처로 대박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1992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20대 남성이 삼성SDS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년 후인 1994년 그 젊은이는 삼성SDS에서 실시했던 ‘한계도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직원은 1년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를 이끌 기술 분야를 연구하던 중 인터넷을 발견하고, 국산형 검색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삼성SDS가 사내 벤처제도를 도입하자, 그 연구원은 1997년 엔지니어 세 명과 함께 사내벤처 ‘웹글라이더’를 조직한다. 1998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검색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사내벤처는 1999년 6월 자본금 5억원으로 ‘네이버컴’으로 독립한 후 한게임과 합병을 거쳐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과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바로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48) 의장의 이야기다. 그는 2003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내벤처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를 설득하고 기본 기술을 수집하고 3명의 신입사원들을 ‘유혹’해서 팀을 구성하고, 분주했지만 절로 흥이 나서 일에 몰두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 벤처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출발점은 사내 벤처였다.
사내벤처란 신규 사업을 목적으로 기존 조직과는 별도로 설립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업 내 벤처를 의미한다. 신속하고 유연한 벤처문화를 이식해, 기존 조직 문화에 갇혀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해진 의장은 인터넷이 태동하던 1990년대 후반 사내 벤처를 통해 빌리어네어로 거듭난 대표적인 부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의장의 상장사 주식 지분평가액은 약 9748억원(지난달 30일 기준)에 달한다.

이 의장이 사내벤처를 기반으로 부(富)를 일궜듯이 최근 대기업화된 네이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그는 또 다시 사내벤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사내 독립 기업(Company-In-Company,CIC) 제도를 도입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발굴하고, 가능성 있는 서비스를 육성하기 위해 사내벤처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CIC가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키고 있다.

실제로 올 2월에는 사내 독립기업 1호로 웹툰·웹소설 부문을 ‘셀’(Cell)로 독립시켰다. 이어 지난 4월에는 기업용 협업(그룹웨어) 서비스 부문을 ‘웍스모바일’로 분사했다. 기업용 협업 서비스는 기업 구성원들이 PC나 모바일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e-메일과 주소록, 클라우드 등을 묶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의장과 서울대 공대 입학 동기(86학번)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로 친구 사이인 김범수(49)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사내벤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자사에서 분사한 사내벤처도 다시 사들인다.

올해 8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은 95억원에 자동차 수리 비교 서비스 ‘카닥’을 인수했다.
카닥은 옛 다음(카카오와 합병)의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다음 사원이었던 이준노 카닥 대표는 자동차 수리 비교 서비스 아이디어로 2012년 사내 벤처 공모에서 1위에 올랐다. 이후 다음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카닥은 지난해 1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카닥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앱에 올리면, 입점 수리 업체들의 견적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번 카닥 인수를 주도한 김 의장의 보유 상장주식 가치는 약 1조5165억원으로, 이해진 의장보다 약 5000억원이 더 많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국내 최초의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도 옛 데이콤의 사내벤처로 설립됐다.
서울대 천문학과 출신 이기형(52) 인터파크 회장은 데이콤에서 대리로 근무하던 1995년 데이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을 제안했다. 이후 사내벤처로 설립된 인터파크를 분사시켜 지금의 인터파크그룹을 일궜다.

특히 이기형 회장은 인터파크의 사내벤처 ‘G마켓’ 매각을 통해서도 거금을 손에 쥐었다. 현재 이 회장의 상장 주식 지분평가액은 약 2386억원에 이른다.

1999년 인터파크에는 ‘구스닥’이라는 사내벤처가 만들어져 인터넷경매 사업이 시작됐다. 구스닥은 2000년 인터파크에서 자본금 10억원의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이후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경매 대신 오픈마켓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사명도 G마켓으로 변경한 후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기형 회장은 2009년 자신이 보유한 G마켓 지분을 미국 이베이(e-bay)에 매각하면서 개인적으로 800억원의 뭉칫돈을 거머쥐고, 인터파크는 3000억원 가량의 매각수익을 얻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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