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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과 2015] 1988 팔팔했던 ‘연애편지’ vs 2015 톡톡튀는 ‘카카오톡’
헤럴드경제| 2015-12-18 10:44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오빠 정말 대박이야, 김정봉 인생에 연애편지라니.”

덕선(혜리)이는 놀렸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애편지를 받은 정봉(안재홍)은 행복하기만 했다. 7수생 봉이의 대학 입시만큼 어려웠던 게 바로 사랑이다. 집 앞에서 오매불망 사랑이 듬뿍 담긴 연애편지만 기다리고 있다. (케이블채널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사진출처=‘응답하라 1988’ 화면 캡쳐]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애틋했던 연애편지=지금은 40대로 접어든 그 시절 꼬마들은 동네 형, 누나들에게 불려다니며 ‘사랑의 집배원’ 노릇을 해야만 했다. 우체국을 통해 며칠 간 배달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던 청춘들이 이 방법을 택한 것이다. 동네 꼬마에게 사탕 하나를 쥐어주며 연애편지를 배달시킨 형, 누나들은 이제 중년이 돼 딱 그만한 나이 또래의 아이를 둔 학부형이 됐다.

편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한껏 묻어나는 추억의 연애 방식이다. 1988년 당시, 집전화가 있지만 부모님의 눈치가 보였던 청춘들은 사랑도 손편지로 써야 했다.

연애를 하면 시인이 된다고 했다. 사랑하는 그녀 또는 그이를 생각하며 밤새 편지를 써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보내고, 또 답장을 기다리면서 가슴 설레어 했기 때문이다.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는 유치해서 보내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빗대 가수 이관진은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라는 노랫말로 큰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를 외쳤던 가수 전영록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또 “가을에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는 쓸쓸한 가을철 솔로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 시절, 지우고 다시 쓰고, 부치고 기다려야 했던 손편지는 지금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렸지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LTE’보다 빠를 수 있었다.

▶“사랑의 메신저는 변하는 거야!”…톡톡 튀는 카톡=그 시절 연애편지는 구시대적 도구가 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도구들이 나타났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PC통신이다. 전화선을 통해 접속하는 PC통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의 등장은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문화에 큰 혁명을 불러왔다. 이어 삐삐 음성메시지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휴대전화가 그 역할 대신했다. 특히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랑의 메신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2030 싱글남녀들의 연애에 또 한번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연애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음이 울리고 대화 내용도 손편지를 쓰던 시절보다 짧아졌다. 소설을 쓰는 듯 손으로 쓴 연애편지의 내용은 이제 ‘♥’ 하나면 끝난다.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고, 카카오톡(카톡)을 주고받으며 ‘썸을 탄다’. 카톡으로 수백 개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주고받던 썸남썸녀는 커플로 발전하게 되는 게 요즘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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