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日 상금왕 김경태 “아들 보는 재미에 푹…더 나은 10년 향해 다시 시작”
엔터테인먼트| 2015-12-23 08:59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올해 일본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친 이 사나이는, 요즘 9개월 된 아들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다른 프로골퍼들이 내년 시즌을 위해 이미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났거나 겨울훈련 계획 잡기에 분주한 이때, 그는 모든 걸 뒤로 미뤄놨다. 그에게 지금 가장 급하고 소중한 건 바로 아내와 아들 재현이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다.

‘괴물’의 이름값을 되찾으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감한 김경태(29·신한금융)가 오랜만에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김경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골프와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뜻깊은 2015년을 돌아봤다.

[사진=신한금융그룹]


가장 자주 한 말은 역시 “기대 이상으로 잘했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얘기였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며 2007년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한 김경태는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2010년 상금왕에 오르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슬럼프가 발목을 잡았다. 자신의 스윙에 대해 만족도 확신도 없었다. 그는 “좋은 스윙으로 우승을 한 것이 아니라 손의 감각에 의존해 샷을 만들어 쳤기 때문에 한번 감각을 잃어버리면 슬럼프가 오래 갔다”고 했다.

그의 스윙을 잡아준 건 선배 모중경(44)이었다. 김경태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모중경을 찾아갔고, 모중경은 스윙을 할 때 군더더기 동작을 없애고 스윙 크기를 줄이도록 했다. 스윙교정 효과는 지난 6월 일본·아시아 투어를 겸해 열린 타일랜드 오픈에서 나타났다. 김경태는 이 대회에서 무려 2년9개월 만에 짜릿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재미있는 건 김경태는 당초 타일랜드 오픈에 나갈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열리는 데다 바뀐 스윙에 대한 자신감도 없어서 포기하려다 대회 직전 마음을 바꿨다. 김경태에겐 ‘신의 한수’였고 천금같은 ‘터닝포인트’였다. 타일랜드 오픈 우승 이후 김경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이후 3개월간 4승을 더 보태 올시즌 5승을 거두며 5년 만에 상금왕(1억6598만엔)을 탈환했다. 한때 352위까지 떨어진 세계랭킹도 60위(12월20일 현재)까지 끌어올렸다.

김경태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난 1월 결혼한 김경태는 4월에 아들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아들이 태어난 이후 우승 행진이다. 복덩이가 따로없다. 김경태 측 관계자는 “일본 투어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가족에게 달려왔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며 “지금쯤 전지훈련도 계획해야 하는데 아들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훈련은 좀 뒤로 미뤄놨다”고 귀띔했다. 김경태도 “아직 전지훈련 계획은 없다. 당부간 국내에 머물 예정이다”고 했다.

김경태의 다음 목표는 ‘더 나은 10년 맞기’다. 벌써 내년이면 프로데뷔 10년차. 지금까지 달려온 10년보다 더 성장한 10년을 보내는 게 꿈이다. 첫 단추는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재도전이다. 올림픽 한국 남자 대표팀엔 안병훈(24)과 김경태가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김경태는 “112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골프이기에 꼭 나가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국가별 쿼터가 있어 상위 랭커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며 메달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또 2011년 도전했다가 실패한 PGA 무대도 다시 노크한다. 김경태는 유럽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아투어를 병행하며 세계랭킹을 올리고 PGA 투어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페덱스컵 랭킹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내년 PGA 투어 페덱스컵 랭킹 200위 안에 들면 2부 투어(웹닷컴 투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받을 수 있는데, 2부 상금랭킹이 50위 이내면 2016-2017 PGA 투어 멤버가 될 수 있다.

김경태는 “올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이 분위기를 내년에도 잘 이어가 올림픽 출전과 PGA 투어 진출 꿈을 다 이루겠다”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anju1015@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