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보육부도 무대책] “정치 놀음에 다 말라 죽는다” 유치원도 부도직전
뉴스종합| 2015-12-24 09:21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혜림 기자] 내년도 ‘제로’ 누리과정 예산 사태의 영향이 유치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치원생을 둔 가정에 대한 지원이 급작스럽게 끊어지게 되면서 유치원생 수가 줄어들게 되면 가뜩이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24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도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어린이집 2조1323억원, 유치원 1조8916억원 등 총 4조239억원이지만 각 시도의회에서 의결한 누리과정 예산은 총 1조1801억원에 불과해 전체의 70% 이상이 ‘펑크’가 난 상태다.


교육 현장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A유치원 원장은 “교사들 중 내게 연락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누리예산을 못 받으면 유치원에서 이걸 부담하는거냐, 어떻게 하는거냐 등 질문이 쇄도했다”며 “누리예산이 사라지면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흔히 볼 수 있던 원아이탈이 반복될 것이다. 원아가 줄었다고 교사들 월급을 줄일 수 없는 유치원 입장에서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주변 다섯곳이 운영상의 손해로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저 역시 사태가 장기화되면 버티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마포구 B유치원 원장은 “끊어지는 누리예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감을 느껴 내년 1월에는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싸움에 죽어나는 것은 우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은 “전국적으로 사립 유치원의 경우 정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58%에 이르고, 서울에서도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9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치원 보내기에 녹록치 않은 여건에 놓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게 된다면 유치원 입장에서는 운영상에 큰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전국 유치원 연합회 차원의 단체 대응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 국장은 “누리예산 삭감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학부모들”이라며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한 바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시위나 집회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있었던 누리과정 예산 논란에서는 5064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여야 합의안을 시ㆍ도교육청과 지방의회가 받아들이면서 파국은 면했다. 하지만 올해는 국회가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의회에서 유아교육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예산 편성을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장기화 양상을 띄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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