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부족은 자녀 교육비와 물려준 자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자녀가 평생의 짐이 됐다. 젊어서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청거렸고 은퇴하고 쉴 나이가 되자 자녀들에게 자산을 나눠줘서 노후를 준비 할 여유가 없었다. 이번 서울연구원 ‘서울시 일하는 노인 근로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도 은퇴 후에도 은퇴할 수 없는 서울 노인의 형편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의 노인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아직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124만명 중 이 중 46만명이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1 가량이 은퇴 후 계속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서울의 일하는 노인 대부분(64.4%)이 ‘노후준비가 안됐다(전혀 준비 안 돼 있다 또는 별로 준비 안 돼 있다)’고 답했다. ‘노후준비가 됐다’고 응답한 노인(35.6%)의 두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단 2.1%만이 ‘충분히 준비됐다’고 답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유는 자녀 때문(4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 자금이 많이 들어서’가 30.3%로 가장 높았으며 ‘성인자녀의 사적자산 이전 때문에’이라는 의견도 18.9%나 차지했다. 그 밖에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23.7%), 사업 실패 때문에(11.9%)나 됐다.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관련 비용’(34.7%)이었다. 다음으로 ‘보건 의료비’(27.1%), ‘식비’(15.1%), ‘자녀 지원비’(9.8%) 순이었다. 기초연금을 포함해 전혀 소득이 없는 노인도 21.4%로 조사됐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생애 주된 일자리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비교해 보면 74.1%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 일하는 노인은 과거 숙련된 일자리를 찾기보다 ‘급여조건’을 고려해 구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금근로자에 속하는 노인은 평균 75.1세까지 일을 할수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26.8%는 “80세가 넘어도 일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아들과 정부의 도움을 선호했는데 특히 아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경우는 임금근로자 22.3%, 자영업자 15.3%에 달했다.
한편 노인은 청장년기에 열심히 일하고 은퇴후 안락한 노후를 보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도 있지만, 평균 수명의 증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65세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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