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2015 유통 결산 ⑤ ]백화점은 욕심쟁이?…무한 영역확장 그 이유 있었네~
뉴스종합| 2015-12-26 09:45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소비 침체로 백화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얇아지는 지갑에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아울렛,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올해는 백화점도 많은 변신을 꾀했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넋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어 직접 모바일과 온라인 시장에 뛰어 들었다. 또 유통업계 맏형의 자존심마저 버리면서 아우(아웃렛)의 영역마저 호시탐탐 노리는가 하면 단순한 ‘쇼핑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변신을 꾀했다.

과거 화려한 외관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면 올해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으로 내실을 다진 해다. 


백화점 업계들이 올해는 출장세일에 나서면서 최대 70~80%의 높은 할인율을 맞추기 위해 고급 이미지를 버리고 이월상품을 헐값에 내놓았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장기 불황에 백화점 모바일과 손잡다=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업체의 모바일 쇼핑시장 독주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도 모바일 시장에 조용히 발을 담궜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모바일ㆍ인터넷ㆍ오프라인 유통 체널 간 통합을 꾀하는 옴니채널 구축작업이 한창이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업체의 장점과 모바일과 온라인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다.

신세계도 모바일 대전에 참여했다. 모바일ㆍ온라인 쇼핑 종합포털 SSG 닷컴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하나의 채널을 활용해 구매하기 보다는 여러 채널을 함께 이용해 가장 편하게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옴니채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영역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 업체들이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유통사들은 모바일 병행 전략으로 힘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와 신세계 등 백화점들의 모바일 매출이 늘어나고는 있다고 하지만 전체 거래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일 세일 세일…백화점ㆍ아웃렛 경계가 모호하다=살아남기 위한 백화점 업계의 변신은 영역 파괴로 나타났다. 최근 역신장을 하고 있는 백화점들이 이월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아웃렛의 영역까지 진출한 것이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K-세일데이 등 잦은 세일을 열면서 최대 70~80%의 높은 할인율을 맞추기 위해 고급 이미지를 버리고 이월상품을 헐값에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출장 세일’까지 나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아웃렛 쇼핑을 하려던 소비자들이 도심 외곽까지 굳이 나가지 않아도 가까운 백화점에서 동등한 가격대의 상품을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영역까지 침범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웃렛의 실적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8% 감소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8.6% 줄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역신장한 롯데백화점 역시 각종 세일행사에 힘입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4%, 1.3% 늘어났다. ‘롯데아울렛’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9% 성장했으나 2분기 들어 5.3%로 떨어졌고 3분기에는 0.2%로 백화점과 상반된 실적을 보였다.

백화점의 아웃렛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백화점 패션 브랜드들의 신상품 소진율이 점차 하락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경쟁…변신만이 살길이다=또 하나 변신은 ‘체험형 백화점’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해외직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쇼핑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제품을 직접 입어보거나 만져본 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더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순 물건을 파는 기존의 ‘업’을 과감히 벗고 고객 체험형 매장을 전면에 배치했다..

지난 8월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대표적이다. 노스페이스 ‘아동 클라이밍’ 매장, 언더아머 ‘체험존’, 제빵 브랜드 ‘브래드가든’ 등이 체험형 매장이다.

대형마트도 최근 속속 체험형 매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일산에 문을 연 ‘이마트 타운’ 내에 있는 가전매장 ‘일렉트로 마트’에는 드론, 액션캠, 스마트 토이, 3D프린터 등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 3일 ‘체험형 매장’인 마산 양덕점을 오픈했다. 쇼핑의 공간에서 체험과 가족 문화공간으로 달바꿈하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영업 100일동안 2100억원을 달성하면서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타운도 오픈 열흘만에 1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두 곳은 다른 지역에 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원거리 고객이 대거 몰려 대형 유통업계의 새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롯데백화점 박중구 마케팅팀장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장소였던 백화점이 최근에는 쇼핑하는 모든 과정에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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