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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헤경베스트브랜드] ‘훈훈한’ 감동이‘ 똑똑한’ 소비를 만들다
헤럴드경제| 2015-12-28 11:00

금융·통신·가전 등 실생활과 밀접한 秀作 많아…꾸준한 혁신으로 고객가치 창출…많은기업 사회공헌 동참 기대


성탄과 새해를 맞아 거리가 흥성흥성하다. 흰 눈이 내린다면 경기 침체의 그늘을 잠시 잊은 사람들로 거리가 더 활기찰 것이다.

흰 눈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마도 코카콜라일 것이다. 코카콜라는 1931년에 산타클로스를, 1993년에는 북극곰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그 결과 많은 소비자가 산타클로스나 북극곰을 코카콜라와 연상한다. 자사의 상징색인 빨강색과 흰색으로 재미와 흥분, 즐거움과 상쾌함을 강조하고 있는 이들 광고는 코카콜라의 겨울철 판매를 늘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광고매체인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가 선정한 10대 코카콜라 광고에 이들 광고가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코카콜라의 광고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광고는 ‘힐탑’(Hilltop)이다. 1971년 제작된 힐탑은 다양한 인종의 젊은이가 함께 코카콜라 병을 들고 우정과 하모니를 갈구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15년 6월 힐탑 광고가 다시 방송을 탔다. 이번에는 코카콜라가 아닌 소비자보호단체에 의해서다.  

미국의 소비자보호단체인 공익과학센터(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CSPI)가 제작한 공익광고(PSA)는 힐탑 광고의 가사를 바꿔 설탕이 주원료인 탄산음료의 해악을 알리고 소비자에게 이를 구매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사는 탄산음료가 인체에 미치는 충치, 비만, 당뇨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해악을 담고 있다. 비만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환자가  직접 등장하는 CSPI의 공익광고는 제작된 지 한 달만에 32만명이 접할 정도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와 유튜브를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미국마케팅학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AMA)가 매년 발표하는 마케팅 분야의 상위 10대 뉴스에 CSPI의 공익광고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CSPI의 공익광고는 과연 소비자로부터 기대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CSPI는 사실적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충격적이고 감정적인 소구를 하는 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메시지를 보다 오래 기억하게 하고 탄산음료의 구매를 포기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계나 전문가의 평가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공포광고의 메시지는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소비자의 무의식이나 습관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심 CSPI는 공익광고가 소비자 보다는 탄산음료 제조업체인 코카콜라나 펩시콜라의 행위를 변화시키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나아가 담배나 술처럼 탄산음료에 대한 판매규제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탄산음료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대용량 컵의 사용금지, 설탕음료에 대한 중과세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소비자 후생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이 소비자 선택을 원천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2014년의 탄산음료 소비는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14%나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설탕이 주성분인 탄산음료 대신 에너지 드링크와 생수 라인을 추가하는 등 자사의 제품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제품의 해악이 알려질 때 기업은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러한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신속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공익광고와 유사한 형태의 광고를 통해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 절제를 스스로 권장하였으며, 설탕이 포함된 자사 음료의 칼로리를 향후 10년 이내에 5분의 1까지 줄이겠다는 공약을 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였다. 이와 동시에 환경 정화 및 생태계 보호, 지역사회 기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자사의 사회공헌활동(CSR)을 강화하였다.


기업이 CSR을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회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고 기업이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이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도덕적 요구 때문이다.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코틀러(P. Kotler) 교수와 브랜드관리 분야의 대표적 이론가인 아커 교수(D. Aaker)는 기업이 CSR을 통해 기능적 혜택이나 감성을 넘어 환경이나 사회문제 등 보다 고차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업이 CSR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다른 이유는 CSR이 기업평판의 제고를 통해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단체의 끈질긴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는 적극적인 CSR을 통해 높은 브랜드가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존경받는 브랜드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로 16년째인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베스트브랜드’(Best Global Brands)에서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3위(784억달러)로, 애플(1,702억달러)과 구글(1,203억달러)에는 뒤지지만 마이크로소프트(676억달러)나 아이비엠(650억달러)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 경제전문지인 포춘(Fortune)의 존경받는 기업(The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평가에서는 10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CSR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선정한 2015년 하반기 베스트브랜드는 금융, IT, 자동차, 통신, 화장품, 제빵, 가전, 주류, 호텔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브랜드 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꾸준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CSR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아무쪼록 우리의 더 많은 기업이 CSR을 적극 실천하여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히고 우리 사회에 즐거움과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

이재욱 기자/lee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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