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EQ900, 밸브구조 획기적 개선
가속페달 미세한 힘의 차이 엔진이 즉각 감지
연비 좋아지고 필요할때 동력전달 최적화
흔히 자동차의 엔진을 사람의 심장에 비유한다. 심장이 산소와 영양분을 담고 있는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것처럼 엔진은 연소를 일으켜 발생한 에너지를 자동차 각 부위로 전달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심장 만큼 엔진도 효율적으로 가동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듯이 엔진도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맞게 활동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CVVT 포지션을 바꿔 운동 성능을 향상시킨 제네시스EQ900 3.3리터 터보 엔진 |
이 숙제를 푸느라 자동차 업계는 지난 100년간 딜레마에 빠져 왔다. 적절하게 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는 힘을 극대화 시키는것이 늘 충돌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난관을 푸는 열쇠를 밸브에서 찾았다.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들이고 연소 후 발생하는 가스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밸브가 열고 닫히는 타이밍이 엔진 성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1000분의 1초 단위를 얼마나 잘 컨트롤하는가가 곧 엔진 경쟁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흡기ㆍ압축ㆍ연소팽창ㆍ배기 등 4행정 엔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엔진이 힘을 내는 구간은 팽창 행정뿐이다. 통상 첫 팽창 행정에서 다음 팽창 행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2000rpm일 때 0.015초, 2500rpm일 때 0.012초, 5000rpm일 때 0.006초 걸린다. 결국 1000분의 1초라는 미세한 타이밍을 누가 정확하게 잡아내는가에 따라 엔진 성능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뉴 어코드 3.5에 적용된 VTEC과 VCM 결합 엔진 |
현대차는 4년간의 제네시스EQ900 개발 기간 중 2년 이상을 엔진 밸브 매커니즘을 바꾸는데 매달렸다. 현대차는 필요에 따라 흡기밸브 개폐 시기를 지속 변화시키는 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CVVT의 위치를 캠샤프트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옮겼다. 이 덕분에 밸브를 여닫는 시점을 더욱 민첩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쉽게 말해 예전에는 100m를 갈 거리를 지금은 50m 정도만 가면 된다”며 “CVVT가 중앙으로 오면서 응답성이 향상돼 엔진 효율성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응답성이 향상됐다는 것은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 차이를 엔진이 더욱 미세하게 분간해 그에 맞게 흡기밸브 개폐 타이밍을 최적화 상태로 조절한다는 뜻이다. 연소에 필요한 연료와 공기를 안배하기 때문에 연료 효율성도 높아지는 동시에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동력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 필요한 만큼 힘을 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블 바노스가 적용된 BMW의 S65 엔진 |
이에 제네시스 EQ900 3.3리터 터보의 최대 토크는 52㎏ㆍm으로 이전 5리터 에쿠스와 동일한 수준이나 최대 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1300~4500rpm으로 매우 넓다. 같은 모델 3.8리터 엔진과 5.0리터 엔진은 5000rpm에서만 최대 토크가 구현된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rpm이 1300 정도에만 이르러도 최대 토크에 달할 수 있어 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도 차가 잘 나가는 것이다.
이와 달리 혼다는 엔진 스피드에 따라 밸브를 여닫는 로커암의 활성화 정도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엔진 활동량을 조절한다. 가령 낮은 엔진 스피드에서는 양쪽의 로커암만 움직이고, 엔진 스피드가 올라가면 수압에 의해 중앙의 로커암도 함께 작동시켜 흡기밸브를 더욱 활발하게 여닫는 원리다. 이는 혼다가 내세우는 VTEC 엔진의 핵심 기술이다.
혼다는 여기에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가변실린더제어) 시스템을 가미해 VTEC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VCM은 6기통 엔진에서 주행 상황에 맞게 2개 혹은 3개의 실린더의 밸브를 잠그고 연료 주입을 억제해 연료비용을 낮추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VTEC과 VCM의 조화를 이룬 엔진은 3.5리터급 모델에도 적용돼 국내의 경우 레전드, 어코드 3.5, 파일럿, 오딧세이 등에 적용되고 있다.
BMW는 흡기는 물론 배기 밸브까지 여닫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더블 바노스’를 채택하고 있다. VANOS는 독일 용어인 ‘variable Nockenwellensteuerung’에서 유래한 것으로 캠샤프트 작동을 가변적으로 가져가며 밸브타이밍을 조절한다는 의미다. 흡기 및 배기밸브를 모두 컨트롤해 더블 바노스라 불린다.
엔진이 저속일 때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을 늦춰 엔진 공회전 상태의 질을 높이고 서서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속도가 올라가면 밸브가 일찍 열리도록 해 토크를 올리고 연료사용을 줄이고 가스배출을 낮춘다. 이로써 저속에서는 토크를 상대적으로 높이고 고속에서는 출력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BMW는 이 같은 더블 바노스를 시판 중인 모든 모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