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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깨어난’ 손흥민·기성용·이청용, 병신년 첫 경기가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 2015-12-29 19:33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약속이라도 한 듯 세 사나이가 동시에 포효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확히 리그 반환점을 돈 시점. 2016년 병신년(丙申年) 첫 경기가 이들에겐 운명의 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3인방’ 손흥민(23·토트넘), 기성용(26·스완지시티),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로)이 최근 열흘 사이 릴레이 골퍼레이드를 펼쳤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결승골을 쏘아올렸다. 

스타트는 이청용이 끊었다. 이청용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스토크시티전서 후반 36분 투입돼 약 20m 짜리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앨런 파듀 감독은 “사실 이청용은 훌륭한 선수지만 우리 팀에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그의 득점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아시아 사람들이 밤잠을 다 깼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이청용은 볼턴 소속이던 2011년 이후 4년8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 골맛을 봤다. 이청용은 이틀 뒤 딸까지 낳으며 겹경사를 맞았다.

이청용의 좋은 기를 이어받은 건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지난 27일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18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9분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골키퍼가 놓친 공을 밀어 넣으며 팀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시즌 1호골. 시즌 중반이 다 되도록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던 기성용에게 정말 단비같은 골이었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골(리그 8골) 주인공이었던 기성용은 팀을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의 늪에서 건져냈다.

기성용의 바통은 손흥민이 이어받았다. 손흥민은 29일 EPL 19라운드 왓퍼드전서 후반 교체 선수로 출전해 후반 44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 9월 20일 크리스털 팰리스전 이후 3개월여만에 터진 리그 2호골이다. 역시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03억원)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골을 결승골로 장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던 그는 그러나 부상 이후에는 존재감이 떨어졌다. 손흥민 없이도 승승장구한 토트넘의 공격진에 그가 끼어들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20일 사우샘프턴전서는 후반 45분 투입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감각적인 힐킥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내면서 다시한번 ‘손샤인’의 진가를 빛냈다.

‘코리안 3총사’에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들은 2016년 첫 경기이자 박싱데이 마지막 경기서 다시한번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모처럼 타오른 불꽃이 한 경기로 사그라들어선 안된다. 벤치에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한다.

기성용은 3일 0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청용은 같은날 오후 10시30분 첼시와 격돌한다. 상대는 모두 위기의 팀이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맨유는 무려 8경기째 무승.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첼시는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후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5승5무9패(승점 20)로 리그 14위에 머물러 있다. 강등권과는 불과 승점 3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많은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두 경기서 이들이 또다시 골잔치를 벌인다면 임팩트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손흥민은 4일 오전 1시 에버튼전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에릭 라멜라와 톰 캐롤, 델레 알리 등 경쟁자들 앞에서 화끈한 골 시위를 해야 한다. 리그는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세 사나이들의 부활포가 새해에도 화력이 이어지길 축구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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