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나폴리피자 전통이 숨쉬는 피체리아…국내에 만드는 게 꿈”
뉴스종합| 2015-12-31 10:49
한국인 첫 나폴리피자 챔피언십 우승…스파카나폴리 이영우 대표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현지인들을 제치고 피자 챔피언을 거머쥔 한국인이 있다. 바로 이영우(37·사진) 스파카나폴리(Spacca Napoli)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세계 나폴리 피자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나 유럽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이 1등을 했다는 사실, 게다가 1점의 감점도 없이 2000점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이 대표가 피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후반 군 제대 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 이탈리아에 갔을 때 화덕피자를 접하고 매력에 빠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화덕피자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화덕피자 자체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그는 일단 화덕피자를 하는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일을 하며 이탈리아로 떠날 경비를 모았다.

2년 후, 드디어 이탈리아로 떠난 그는 솔라 이탈리아나 피자올리 학교와 나폴리피자협회 피자학교에서 피자를 배웠다. 현지 피제리아(피자 전문점)에서 일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피자의 기본만 가르칠 뿐 ‘어떻게 맛있는 피자를 만드느냐’의 문제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귀국 후 2010년 서울 합정동에 가게를 연 후에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가게를 지키면서 ‘내 피자를 어떻게 맛있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들 것인가’를 연구했다.

직원도 없이 쉬지 않고 일만 하다보니 2년 만에 병이 났다. “항상 100점짜리 피자를 만들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병이 났다”고 그는 회고했다.

아픔을 겪은 후로는 욕심을 버렸다. 최고가 되려고 경쟁하기보단 즐겁게, 오래 피자를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피자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직원으로 두기도 했다.

마음을 비우니 가게는 오히려 번창했다.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탈리아인, 요리 관계자, 수입 관계자들까지 찾아오는 집이 됐다.

나폴리 피자 챔피언십 출전은 열정을 재충전하는 계기가 됐다. 할아버지 마스터들이 화덕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피자를 굽는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동안 ‘화덕피자’라는 외길만 걸어왔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나폴리에선 오랜 시간 대를 이어 피자를 하는 가게들이 있고 그들을 ‘마스터(장인)’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피자에 대한 인식도 다르고 나폴리피자를 하는 사람도 적다는 것. 많은 피제리아들이 모여 있는 나폴리의 구시가지 ‘스파카나폴리’처럼 국내에서 나폴리피자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게 그의 꿈이다.

이 대표는 “5년 전 아이와 함께 왔던 손님이 아직도 가게에 오고 그동안 아이들도 많이 컸다”면서 “그 아이들이 커서도 계속 올 수 있는 피체리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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