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전직 경제관료와 학계, 관변 및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우리경제의 현주소다. 이런 평가는 우리경제가 점진적 회복국면 또는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정부 평가와 크게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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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출과 소비, 투자가 동반 위축되면서 우리경제가 점진적 또는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0%(12명)가 점진적 침체국면이라고 응답했다. 본격적인 침체국면이라는 응답이 10%(2명), 침체국면 속의 일시적 반등이라는 평가가 20%(4명)였다. 반면 점진적 회복국면이라는 평가는 10%(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이 현 상황을 침체 또는 침체국면 속의 일시적 반등이라고 평가한 반면, 회복국면이라고 바라보는 전문가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꺾는 조사결과일 수 있지만, 상황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 내부적으로는 저출산ㆍ고령화와 노후 및 고용 불안, 2017년 이후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수출은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와 일본ㆍ유럽의 경기침체, 신흥국의 불안 등으로 회복에 힘겨움을 보이고 있다. 내수도 12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추가적인 확대가 어려운 등 경제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미래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리인하 등으로 성장세를 일시적으로 돌려놓을 수는 있지만, 구조적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성장률에 대한 설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75%(15명)가 2.5~3% 미만을 예측했고, 2.0~2.5% 미만을 예측한 전문가도 25%(5명)에 달했다. 3%대 성장을 예측한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추경 등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대대적인 소비진작책 등으로 성장률이 2%대 중반에 머물렀는데, 올해도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식 디플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45%(9명)의 전문가가 당장은 아니지만 중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고, 이미 디플레 초기국면에 진입했다는 응답도 15%(3명)였다. 경제정책 여하에 따라 디플레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0%(6명)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디플레 가능성을 우려하는 응답이 90%(18명)에 달한 반면, 한국은 일본과 상황이 달라 디플레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10%(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을 종합하면 우리경제가 이미 침체국면에 빠져 있고, 일본식 디플레 가능성도 있는 위기상황이라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 및 외환 등의 거시건전성 지표를 볼 때 우리경제가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우리경제에 내포된 위기의 인자(因子)를 제거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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