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커피 한 잔의 비밀 ②] 싸거나 비싸거나...중간은 없다?
뉴스종합| 2016-01-13 16:00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000원 짜리 커피라도 맛만 좋더라”

지난해 레드오션‘ 커피 시장에 편의점업계가 뛰어들었다. 밥보다 비싼 커피에 회의감을 느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질 좋은 커피’를 단돈 ‘1000원’에 내놓은 편의점 커피의 질주는 새해부터 만만치 않다. 아메리리카노 1500원 시대를 연 ’빽다방‘을 필두로 가성비 좋은 원두커피 바람에 편의점이 가세, ‘커피 1000원시대’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1000원 커피’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1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원두 시장이 동시에 커피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이 저렴한 대체제를 찾는 소비와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로 양분되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커피 애호가들이나 마실법한 희귀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예전보다 더 비싼 돈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한국 커피 시장의 ‘양극화’ 시대가 찾아왔다. 


[사진출처=123RF]

▶가격, 맛 모두 만족도 A… 편의점 커피의 질주 =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빅3가 모두 뛰어든 소위 ‘편의점 커피’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가격경쟁력은 원두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5 커피전문점 소비자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가격적정성’부분에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커피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온 ‘커피값’ 논쟁에 ‘1000원 커피’라는 답을 내놓으면서 포화상태의 커피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시중 커피전문점 대비 결코 떨어지지 않은 커피의 질도 편의점 커피의 경쟁력 중 하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편의점 커피가 마케팅 부분에서 대중에게 더 알려져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한 번 편의점 커피를 이용하게 되면 가격, 맛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며 “좋은 원두를 엄선해 정성스럽게 가공한 원두로 뽑은 1000원 커피의 기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CU의 커피 전문브랜드 ‘카페겟’은 콜롬비아 고지대의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 식어도 맛있는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시티 로스팅을 하고 로스팅한 뒤 7일 이내에 점포에 배송해 신선함까지 유지했다. GS25의 ‘카페25’는 콜롬비아, 콰테말라, 에티오피아 등 커피 유명 산지의 스페셜티급 원두를 사용한다.

▶까다로운 입맛, 비싼 커피 ‘날다’= 편의점 커피 음용자들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고 저렴한 값에 맛있는 원두커피를 마신다. 동시에 질 좋은 커피를 골라 마시면서 비싼 돈을 과감하게 지불하는 이들도 있다. 1000원 커피의 부상과 동시에 소위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로 통칭되는 고급 커피 시장이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서울 합정동, 신사역 등에 위치한 까페거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6000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합정동에 위치한 A까페에서 만난 조지영(여, 30) 씨는 “사장님이 직접 선별해 가게에서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자주 찾는 편”이라며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커피값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입소문을 타며 ‘아는 사람만 즐겼던’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커피브랜드들이다. 지난해 3월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원두, 특별한 추출방식을 내걸며 론칭하나 ‘리저브(Reserve)’ 커피는 지난달 50만 잔이 판매되며 국내 커피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전국의 12개 도시, 51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남들이 다 마시는 뻔한 커피와의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은 커피전문점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12월 고객맞춤형 커피를 내세운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오픈한 이래 최근 광화문과 명동 인근에 3,4호점을 잇달아 열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7000원 선이다. 일찍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폴 바셋과 매일유업이 제휴,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뛰어든 ‘폴바셋’은 현재 68개까지 매장수를 늘리며 성업 중이다.

▶ ‘레드오션’ 커피 시장, 양극화 길 걷나 = 1000원짜리 커피와 1만원 짜리 커피가 거세게 영역을 확장하면서 입지가 불안해진 것은 기존의 커피 시장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맛에 대한 니즈(needs)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상 기존 커피 전문점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실제 국내 커피 시장은 매해 외연이 확대되는 것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가맹점 수는 1만 2022개로 전년 대비 42.2% 늘었지만, 가게당 매출은 1억 6820만원으로 전체 서비스업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제는 소비자가 커피를 선택해서 마시는 시대가 됐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에 그들이 납득할만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결국은 심화되는 커피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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