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숨 가쁘게 바빴다. 제3당의 출현이 가시화하고 있는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과 정부도 저마다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은근히 ‘국회 심판론’을 꺼내 든 와중에 여당은 총선채비를 서둘렀다.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에서 20대 총선에 적용할 공천제도를 의결한 데 이어,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당내 ‘험지출마자’의 목적지도 교통정리 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와중에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 작업은 다시 멈췄다. 상임위 파행과 여야 지도부 회동 결렬을 거듭하던 과거의 ‘데자뷔’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상임위는 없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이날 ‘제7차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최고위에서 의결된 20대 총선 공천제도를 확정했다. 최고위가 의결한 공천제도 중 일부 사항이 당규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임전국위는 당무 심의와 의결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상임전국위는 또 올해 새누리당 예산안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당의 살림살이와 총선 준비 작업을 착착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당내 험지출마자의 목적지 정리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 13일 오전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까지 말했지만, 반나절 만에 서울 야당의원 지역구에 출마키로 당 지도부와 합의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수습에 나서면서 이처럼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 8일에는 총선 공약 개발본부를 출범한 데 이어, 인재영입에도 슬슬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이날도 지난 10일 영입한 주요 인재들의 출마를 공표했다
그러나 이처럼 새누리당의 총선체제가 완성돼는 가운데 야당과의 쟁점법안 처리 논의는 제자리에 멈췄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과타말라에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즉시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 접점이 찾아지면 다음 주쯤 본회의를 잡으려 한다”고 했지만, 이번 주 국회 상임위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제안한 ‘노동개혁 4개 법안 우선처리’도 그에 앞선 여야 원내대표 사이의 논의에서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져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 역시 김대년 선거구 획정위원장과 가상준 획정위원(단국대 교수) 등이 사퇴를 선언하며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돌입했다. 이에 야권 일각에선 ‘총선연기론’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야당의 상황이 잇단 탈당과 제3당(국민의당) 출현 임박으로 실타래처럼 얽힌데다, 쟁점현안 처리를 촉구하는 청와대ㆍ여당의 릴레이 압박에 대한 반감도 끝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자 여권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해 “국회선진화법의 수명이 다했다고 본다”며 지난 월요일 권성동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재차 요구했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 직권상정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개정안의 요지다.
특히 새누리당은 해당 개정안의 직권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D-10’ 일간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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