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19대 국회는 식물국회가 아니다. 19대 국회는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여야 지도부는 끊임없이 서로를 만나고, 내부 논의도 줄기차게 이어진다. 다만 그 뿐이다. 그래서 19대 국회는 ‘수건 돌리기 국회’다. 각 현안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소득 없이 던진 수건을 지도부가 받아 만지작거리다, 다시 상임위에 던진다. 상임위는 다시 술래의 뒤를 쫓듯 지도부의 입을 바라본다. 무한루프다.
심윤조 새누리당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야당 간사에게 북한인권법 논의를 위한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와 간사 간 협의를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 외에 상임위나 간사 간 협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유”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쟁점현안 처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야당 측 누구도 의지가 없다는 답답함이다.
앞서 12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과타말라에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즉시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 접점이 찾아지면 다음 주쯤 본회의를 잡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1일 양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3+3 지도부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끝에 나온 말이다.
결국 지도부는 상임위에, 상임위는 다시 지도부에 수건만 돌리며 결단은 누구도 내리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여야는 의미 없는 지도부 회동과 상임위 재개 약속, 상임위 파행에 따른 지도부 재회동이라는 ‘데자뷔’를 끊임없이 연출한 바 있다. 19대 국회가 식물국회가 아닌 수건 돌리기 국회라는 비아냥이 세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선거구 획정 등 쟁점현안 처리에 출구가 보이지 않자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 폐기 요구만 나날이 힘을 더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내주부터 ‘심사기일 지정(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앞서 당은 지난 11일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직권상정)으로 기존의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 등 3가지 외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아울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행변) 등 보수성향의 4개 변호사단체는 지난 14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는 더 이상 입법권을 가지고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조속히 선진화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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