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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의 맘다방]보육대란 D-1…학부모 “못 보낸다”, 유치원 “폐원 우려”
뉴스종합| 2016-01-19 09:23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당장 20일이 교사들 월급날인데 월급도 못 주게 생겼습니다”

30만명의 어린이집ㆍ유치원 교사들과 130만명의 어린이집ㆍ유치원 원생들, 그리고 학부모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보육대란’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시도 교육감들이 18일 누리과정 간담회를 가졌지만 기존의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 20일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유치원들은 교사 급여와 차량 운행비 등을 지불하지 못해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립 유치원들은 보육대란을 피하기 위해 은행에서 단기 차입을 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교육청이 승인을 거부해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사면초가(四面楚歌)인 상황입니다.

학부모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월 29만원을 더 내야 하는데, 부담이 커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못 보내게 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이모(49) 씨는 “최근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원이 끊기면 아이를 더이상 보낼 수 없다는 학부모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전국 유치원 미달율은 58%. 정원이 100명이면 원생이 42명밖에 안 되는 겁니다. 지금도 운영이 어려운데 원생이 더 줄어들면 유지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입니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은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면 결과적으로 폐원하는 유치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할 교사가 금융기관에 가서 돈을 빌리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교육기관과 교사를 궁지에 모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에 교사와 학부모의 분노와 실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 국장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마지막까지 기대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장기화되면 유치원 입장에서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교육자는 교육으로 말을 해야지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도록 내몰아서야 되겠냐”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가는 것”이라고 한숨지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치킨게임에는 이해득실만 있을 뿐, 정작 영유아들과 학부모, 교사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입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 시작한 누리과정인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되새겨 현명한 합의에 도달하길 바랍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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