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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3대 지하경제 리포트-유흥업] ‘지하경제 허브’유흥업…성매매·대부업·도박장‘불편한 진화’
뉴스종합| 2016-01-22 11:05
형사정책硏 종사자 307명 설문
전국 유흥주점 4만2284곳 성업
‘자금줄 마련’75% 조폭이 운영
목돈 마련한 후 도박장 등 진출


전국의 유흥주점 수는 4만 2284개다. 룸살롱이 1만 5506개로 가장 많고 단란주점이 1만 3706개로 그 뒤를 잇는다. 최근 10년간 인허가받은 유흥주점은 총 1만 3014건으로 그 중 룸살롱은 6076건, 단란주점은 3697건이다.

유흥업은 사실 합법적인 사업이다. 식품위생법상 지자체장으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으면 누구든 운영이 가능하다. 여성접객원을 두는 것도 세금만 제대로 내면 가능하다.


그래서 국내 조직폭력배들은 유흥업을 핵심 사업으로 분류한다. 합법적인 사업인 유흥업을 통해 돈을 벌어 조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유흥업종 자체가 조폭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각종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조폭과 결부한 유흥업은 점점 성매매로, 대부업으로, 도박으로 가지를 뻗는다. 지하경제의 허브가 된다.

성매매와 탈세 등을 포함한 불법 유흥산업 규모는 최고 10조 1611억원이다.

2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으로 수감 중이거나 전과가 있는 307명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폭들에게 유흥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설문대상 조폭 중 유흥업소 직접 운영에 관여한 조폭은 74.9%(이하 중복응답)로 1위, 유흥업소 영업보호 45%로 2위다. 이들은 다른 사업들에 비해 유흥업이 조직운영을 위해 필수적 사업으로 중요도가 높다고 답했다. 즉 유흥업이 조폭 살림에 핵심인 셈이다.

경기 지역에서 룸살롱을 운영한 20대 후반 조폭 A씨는 “유흥업은 사업자 내고 합법적으로 하기 때문에 쉽고 편한 일반적인 사업인데 액수가 크고 현금화가 빠르다”며 유흥업을 한 이유를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폭들 중 약 40%는 출소후에도 유흥업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성매매업을 출소후에도 하겠다는 비중이 8.9%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단순히 진상 손님을 처리하는 수준에서 관여하던 하급 조폭 조직원들은 돈을 모아 일명 ‘반달’이라도 불리는 일반인들과 함께 유흥업소를 차린다.

실제로 전남 지역에서 룸살롱은 운영한 30대 중반 조폭 B씨는 “조직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함께 차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바지사장도 둔다”고 말했다.


유흥업에 발을 들인 조폭들은 불법적인 영역으로 점점 그 발을 넓힌다. 특히 성매매 영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경기 지역에서 룸살롱은 운영한 조폭 C씨는 “성매매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다. 손님 입장에서 비싼 술을 마시는데 성매매가 없으면 굳이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만 5조 2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조폭들은 유흥업을 통해 대부업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속칭 ‘마이킹’이라고 하는 선불금을 여성접객원에게 빌려주거나 후배 조직원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식이다. 다만 이같은 마이킹 대출은 돈을 회수하기 쉽지 않아 최근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불법 대부업체들을 통해 유흥업소 근무 혹은 성매매알선을 전제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늘어난다.


유흥업으로 목돈을 만든 조폭은 도박장을 차리기도 한다. B씨는 “유흥업은 세금 등 잦은 문제로 머리를 써야 할 일이 많은데, 도박업은 수익이 크다”며 “전무가 유흥업으로 돈을 모아서 오락실에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아예 유흥업소에 오는 구성원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도박기계를 설치한다. C씨는 “가게 열 곳에 45만원 정도 하는 도박기계를 두고 동생들한테 기계 수리나 심부름 시키면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조폭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여성접객원이 없다고 신고해 세금을 줄이거나, 현금거래, 무자료 주류 거래 등 불법 유흥업을 벌인다.

연구팀은 “조폭이 관여하는 유흥업은 룸살롱과 단란주점이 제일 많은 만큼 이와 같은 유형의 유흥업소를 단속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는 한편 유흥업 관련 세금제도를 재검토해 불법 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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