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은 단원들이 지난 10년간 정명훈과 갈고 닦은 내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힘을 모았다. 80여분 대곡을 무리 없이 완주하며 4000명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커튼콜에서 그는 114명 단원을 일일이 가리키며 박수의 방향을 돌렸다. 다 함께 선방해냈다는 의미였다.
‘만약 정명훈이었더라면’이란 가정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정명훈이었다면 객석을 더 가득 채우지 않았을까, 정명훈이었다면 더 완벽한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남겨진 시향과 그의 연주를 사랑했던 관객들은 앞으로의 길을 찾아야 한다.
시급한 건 차기 예술감독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서울시향 측은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 전 감독 후임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속도가 붙기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형국이다.
7월부터 열리는 6번 정기공연의 지휘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차기 감독이 그때부터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향 측 설명이다. 감독을 선임하는 건 서울시향이 쌓아온 명성을 이어갈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에 다각도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다만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라고 19세기 독일 명지휘자 한스 폰 뷜러는 말했다. 좋은 지휘자를 발굴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위기에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해 전 단원 투표로 베를린 필하모닉 차기 수석지휘자에 선정된 키릴 페트렌코가 떠올랐다. 1차 회의에선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그가 2차 때 주목받으며 ‘첫 러시아 출신이자 최초의 유대계 인물’이란 발자국을 찍었다.
변수는 예기치 않게 생기고 때론 그 결과가 새로운 문을 열기도 한다. 서울시향에도 변화의 바람이 들이닥쳤다. 긴 안목으로 보석을 찾길 바란다. 그것이 발굴의 묘미란 걸 말러 교향곡을 들으며 맛보지 않았을까.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