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실제 감산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USA투데이, 블룸버그 등 외신은 원유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베네수엘라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잇따라 방문해 감산을 위한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지난주 원유 가격은 감산에 대한 기대감에 4일 연속 올랐다.


그러나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합의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의 요청에도 감산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해 왔다.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OPEC이 감산에 들어가면 이들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원유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일 원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적인 원유의 생산비보다 커 원유 가격이 낮아질수록 셰일 원유 생산업체의 어려움이 심해진다. 실제 저유가가이어지면서 미국의 원유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한 때 미국에서 1600개가 넘는 원유 채굴장치가 가동했지만 지금은 5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을 통해 원유가격을 높여 이들 미국 업체를 살릴 이유가 없다는 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장이다. 두바이 소재 원유 컨설팅업체인 콰마르 에너지의 최고경영자 로빈 밀스는 블룸버그에 “감산하면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감산 합의를 할 여건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회원국을 믿지 못한다는 점도 감산 합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감산하기로 한 뒤 실제로는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생산량을 늘려가야 할 이란이 감산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감산 합의가 불발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원유시장 애널리스트인 에릭 리는 USA투데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고, 감산에 따른 재정적인 혜택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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