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1년 마이너계약 이대호’ 꽃길 대신 가시밭길 택했다…야구팬들 “열정과 도전에 박수”
엔터테인먼트| 2016-02-04 08:35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빅보이’ 이대호(34)가 택한 건 꽃길 대신 가시밭길이었다. 안정되고 편안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미래를 향했다. 그가 좇는 단 하나는 ‘꿈’이었다. 야구팬들은 ‘조선의 4번타자’의 기대에 못미치는 계약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대호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애틀 구단은 4일 “이대호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대호가 원했던 메이저리그 입성도 약속받지 못했고 계약 금액 역시 크지 않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진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

[사진=OSEN]

MLB닷컴은 “시애틀이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7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며 “최근 시애틀은 좌타 1루수 애덤 린드를 영입했다. 우타자 이대호와 계약하며 플래툰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이 수차례 언급했던,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대호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30대 중반의 나이를 지적했다. 이때문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지 못해 협상이 장기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대호는 개의치 않았다. 오 사다하루 회장까지 나선 전 소속팀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잔류를 요청하며 무려 5억엔(약 50억7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했지만 이대호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입버릇처럼 말한 “야구 인생 마지막 목표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택했다. 이대호는 빅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야구 인생의 불꽃을 더 강하게 태우고 싶어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이달 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사실상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이대호는 국내 매니지먼트사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우선 그동안 응원하고 성원해 주신 국내외 야구 관계자와 팬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신 일본 소프트뱅크 구단과 모든 관계자에게도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메이저리그라는 최고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팀에서의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수준 높은 경쟁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내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다”며 메이저리그 입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대호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일본 언론들은 이대호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야구팬들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을 통해 “아쉬운 계약이지만 이대호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거액과 4번타자 보장을 뿌리친, 조선의 4번 타자 클라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을 보여주세요”등 이대호의 도전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대호가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아 빅리그에 입성한다면 절친 추신수(텍사스)와 4월 5일(한국시간) 개막전 맞대결도 기대해볼 수 있다.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둘은 경남고(이대호)와 부산고(추신수)를 이끈 맞수로 성장한 뒤 각각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로 갈라섰다.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새 둥지 시애틀은 추신수가 고교 졸업 후 처음 입단한 프로팀이다. 시애틀과 텍사스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라서 올해 정규시즌에서 19차례 격돌한다.

anju1015@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