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지카는 ‘환경 재앙’…3대 원인은 도시화, 산림 파괴, 온난화
뉴스종합| 2016-02-04 09:06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것은 도시화, 산림 파괴, 온난화 같은 환경 파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있어야 이러한 재앙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학 및 전염병학 전문가들은 지카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도시 주변에 서식하게 되면서 인간이 관련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지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덜랜드 피시 교수는 “인간이 물이 담긴 물건을 주변에 둠으로써 이집트숲모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모기는 거기에 잘 적응했다”며 “모기는 인간 기생충이다”라고 표현했다. 도시의 쓰레기 더미나 폐타이어, 버려진 깡통, 빗물저장소 등 인간이 만든 지저분한 물웅덩이 덕분에 모기와 인간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도시화가 질병을 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산업화 시대인 1850년대 영국 런던에서 콜레라가 대거 발병했을 당시, 템즈 강으로 버려지는 오물이 발병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이후 무수한 전염병이 도시화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무분별한 산림 파괴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본래 천연림에 살던 모기가 도시에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인간의 마구잡이 벌목으로 인해 ‘철거민’이 된 후 서식지를 옮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플로리다대의 신종병원균연구소에서 곤충 매개 질병을 연구하는 에이미 비터 교수는 “이런 종류의 질병은 원래 모기와 동물 사이의 ‘닫힌 사이클’ 안에서만 퍼지는데 인간이 벌목 등으로 거기에 침입해 들어오면서 사람에게도 퍼지게 된다”며 “벌채 뒤에 이어지는 농업과 저지대 작물의 재생산은 안정되고 오염되지 않은 천연림보다 모기와 같은 곤충이 서식하기에 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전염병ㆍ생물통계학과의 앨리슨 고트월트 박사도 “삼림 벌목이 질병 매개체가 번식해 전염성 질병을 퍼뜨리는 데에 이상적인 상태를 만들어준다”고 지적했다.

베일러 약학대학의 피터 호테즈 학장은 “삼림 황폐화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발병을 부추겼고, 남아시아에서는 니파와 사스바이러스 전파를 부추겼다”며 온도를 낮추는 기능이 있는 나무가 사라지면 기온이 올라가 모기의 활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 역시 지카 확산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온난화로 인해 지카는 물론이고 뎅기열, 황열병 같은 열대 지역의 질병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집트숲모기는 높은 기온에서 더 빠르게 번식하고 더 자주 문다. 바이러스도 더울 때 더 많이 복제된다.

문제는 앞으로 지구 온도가 더욱 올라가 모기 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WHO는 다른 모기 매개 질병인 말라리아의 경우 “지구 온도가 2~3도 올라가면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이 3~5% 올라가고, 발병하는 계절도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럿거스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향후 20년 동안 미국에서 아시안타이거모기에 노출되는 인구가 5%에서 16%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세기말에는 무려 43~49%로까지 전망된다. 아시안타이거모기는 이집트숲모기처럼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는 모기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분포돼 있다.

덜랜드 피시 교수는 “지카는 절대적으로 환경 문제다”며 “환경 문제가 사람들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모기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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